12초마다 1대씩… 세계 OLED TV의 심장이 뛰었다

구미=이기문 기자
입력 2019.05.16 03:08

45년간 TV 생산한 LG 구미공장, 차세대 TV 생산기지로

14일 경북 구미시 LG전자 구미사업장. 축구장 15개 크기의 12만6000㎡(약 3만8000평) 규모의 TV 생산 공장에 들어서자 160m 길이의 3곳 생산라인마다 TV 수백대가 올라가 있었다. 대형 디스플레이가 일렬로 컨베이어 벨트에 놓여 움직이자 라인을 따라 놓인 로봇팔들이 뒷면에 각종 회로를 부착하고 나사를 조였다. 생산 라인의 끝에선 카메라가 조립이 끝난 TV를 촬영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촬영한 사진은 컴퓨터로 보내지고, 설계 도면을 대조해 조립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고 했다. 1개 생산 라인에서 12초마다 한 대씩 TV 완제품이 쏟아졌다.

지난 1975년부터 45년간 LG TV를 생산한 이 공장은 차세대 TV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핵심 생산 기지로 변모했다. OLED TV는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TV처럼 광원(光源)인 LED(발광 다이오드) 조명이 필요 없어 훨씬 얇고 가볍다. 구미 공장은 2013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OLED TV를 생산한 곳이다. 당시만 해도 한 해 생산 대수는 3600대였지만 지금은 한 달에만 2만대의 OLED TV를 생산한다. 구미 공장에서 만든 OLED TV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호주·사우디아라비아 등 30개국에서 판매된다.

◇구미, 전 세계 OLED TV 생산의 전초 기지

LG전자는 구미 공장을 포함해 폴란드, 멕시코, 러시아 등 9개 나라에서 OLED TV를 생산한다. LG전자 박근직 상무는 "구미 공장은 세계 곳곳에 퍼진 TV 공장의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모태 공장)"라고 했다. 모든 신형 OLED TV 모델은 구미 공장에서 생산 공정을 확립한 뒤, 해외 공장으로 전파한다. 신제품 설계도에 따라 효율적인 제조 공정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2013년에 OLED TV 한 대당 100개가 넘던 조립 부품을 2016년에 절반으로 줄였다. 부품 수가 줄수록 원가가 감소한다. 생산 공정을 단순화해 하나의 라인에서 LCD TV와 OLED TV를 번갈아 생산할 수도 있다.

14일 경북 구미시 LG전자 구미 TV 공장에서 한 직원이 생산 라인 앞에서 OLED TV 화면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하고 있다. /LG전자

생산 라인 옆에는 800㎡(약 240평) 크기의 품질 검사실이 있었다. 이곳에선 400여대의 TV가 동일한 영상을 재생하고 있었다. 10명의 인력이 육안으로 불량 제품을 확인하고 있었다. TV들이 같은 영상을 재생할 때, 다른 색상이나 화면 흠집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공장 2층에는 섭씨 40도의 고온 실험실이 있다. TV 수백대를 켜놓고 고온에서도 잘 작동하고 있는지 검사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전체 OLED TV에서 무작위로 20% 정도를 선별해 평균 48시간 동안 13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OLED 격차 유지할 것"

LG전자는 중국산 저가 TV가 넘쳐나는 LCD TV 시장에서는 점차 발을 빼고, 차세대 TV인 OLED TV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한때 LG전자의 주력 제품이었던 LCD TV 시장은 지난해 TCL·스카이워스·하이센스 같은 중국 업체들이 저가 제품을 쏟아내며 판매량에서 한국 기업들을 앞선 상황이다. 아직 OLED TV는 전체 TV 시장에서 5.7%에 불과하지만,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전 세계 OLED TV 판매량은 올해 360만대에서 2021년 1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이 되면 TV 10대 중 1대가 OLED TV가 될 전망이다.

현재 LG전자는 OLED TV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62.2%)을 차지하고 있는 1등 기업이다. 2~3위는 일본 소니(점유율 18.9%)와 파나소닉(7.7%)이다. 전체 세계 TV 시장의 1위인 삼성전자는 OLED TV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OLED TV 판매 비중을 높이면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016년 전체 TV 매출에서 14.6%를 차지했던 OLED TV 비중은 지난해 20.3%까지 늘어났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OLED TV 매출 비중을 전체의 25%까지 높여 판매 단가가 높은 OLED TV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B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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