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맞나? 한진家 내부 갈등·남매의 난 조짐

조지원 기자
입력 2019.05.15 17:14 수정 2019.05.15 18:08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2019년도 대기업집단 현황’을 발표하면서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를 한진그룹 동일인(실질적 총수)으로 지정했다. 조원태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한진그룹 총수로 올라섰지만, 동일인 지정 과정에서 가족 간 갈등이 드러나면서 약점을 노출하게 됐다.

조원태 회장은 내부 합의가 아닌 공정위 판단에 의해 직권으로 지정된 총수가 됐다. 이날 공정위 측은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조원태 회장을 총수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차, LG, 두산 등 다른 기업들은 동일인 유지 또는 변경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여기에 한진그룹 안팎에서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남매의 난’이 일어날 조짐까지 보인다. 고(故)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 상속 문제가 마무리 될 때까지 한진그룹은 당분간 내홍을 겪을 전망이다.

◇ 한진 일가 갈등에 공정위가 총수 지정

공정위는 매년 대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을 지정한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동일인을 지정한 뒤 동일인을 중심으로 혈족 6촌, 인척 4촌까지 계열사 지분 보유 현황, 사익 편취 여부 등을 판단한다. 동일인은 대기업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인으로 이에 따라 특수관계인 범위와 기업집단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한진그룹은 정해진 기한까지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내부 갈등을 외부로 드러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기존 동일인(고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 내부적인 의사 합치를 이루지 못했다"고 자료 미제출 이유를 설명했다. 공정위는 한진그룹이 내부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직권으로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것이다. 한진그룹은 공정위 직권 지정 이후 조원태 대표이사 명의로 동일인 변경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다.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본사 사옥. /조선일보DB
◇ 회장직 정당성 논란...취임식도 못해

조원태 회장은 공정위에 의해 동일인 지정 사태를 마무리했지만, 다시 회장직에 대한 정당성 논란에 휩싸였다. 조원태 회장은 선친 장례 절차가 끝난 지 8일 만에 그룹 회장에 취임했고, 별도의 취임식도 갖지 않았다.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회장직에 오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일각에서는 한진칼 이사회에서 조원태 회장을 공동 대표이사로만 선임했을 뿐 회장으로 선임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진그룹 측은 "4월 24일 한진칼 이사회에서는 조원태 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참석한 이사 전원이 회장 취임에 동의했다"며 "이와 같은 절차는 회사 정관에 위배되는 사항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그룹 내부에 조원태 회장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재계에서는 이명희 전 이사장,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 중 일부가 조원태 회장의 반대편에 서서 공정위 동일 지정과 한진칼 회장 선임 등을 막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남매 간 파벌싸움이 시작됐다는 해석이다.

가족 간 갈등이 표면화되서 한진칼 지분 상속 문제는 더욱 중요해졌다. 한진그룹은 지주사 한진칼이 지배구조 정점에 있고, 고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가 한진칼 최대주주로서 그룹을 경영하고 있는 구조다. 고 조양호 회장이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은 17.84%(우선주 제외)다. 별다른 유언이 없어 민법상 법정상속이 이뤄질 경우 고 조양호 회장의 배우자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5.95%, 자녀인 조양호‧현아‧현민 3남매는 각각 3.96%를 받게 된다.

기존 보유 지분에 법정 상속 지분을 더하면 조원태 회장이 6.3%로 가장 많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6.27%), 조현민 전 전무(6.26%), 이명희 전 이사장(5.95%) 등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조원태 회장은 지분 1%가 아쉬운 상황에서 어머니와 누이 도움이 절실하지만, 이번 총수 지정 과정에서 확실한 ‘편’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상황이다. 오너 일가는 아직까지 지분 상속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조선일보DB
◇ 최대주주 보유 지주사 지분 낮은 편…내부 분열 지속될 경우 그룹 경영권 잃을 수도

가족 간 내분이 지속될 경우 그룹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고 조양호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28.95%에 불과하다. 한진칼은 투자설명서를 통해 "국내 상장 지주회사인 LG(46.55%), CJ(43.28%), 한화(36.06%), SK(30.86%) 등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과 비교할 때 다소 낮은 편"이라고 했다.

문제는 한진칼 2대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지난해 경영 참여를 선언한 뒤 한진칼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KCGI는 지난 4월 고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에도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면서 지분을 14.98%(886만2296주)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3월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던 국민연금 지분도 4.11%(242만9662주)에 달한다.

조원태 회장 등 한진 일가는 상속세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 조양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 가치는 4347억원(14일 종가 4만1200원 기준)이다. 상속세율 50%를 단순 적용해도 2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최대주주 지분에 대해서는 할증 20%도 붙는다. 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고인 사망 전후 두 달 간 평균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다음 달 7일까지 주가 변동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재계에서는 조원태 회장 등 일가는 연부연납을 통해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매년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는 400억~45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분 매각은 어렵다. 주식담보대출, 배당 확대 등으로 재원 마련에 나설 경우 상속세 납부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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