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톡톡] 수명이 짧다는데, 저렴한 QLC SSD...써도 괜찮은 걸까

윤민혁 기자
입력 2019.05.12 06:00
최근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10일 전자제품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SD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습니다. 동시에 평균 구매 가격은 10만5300원에서 7만9600원으로 하락했습니다.

사실 SSD 가격은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며 생산성이 좋아진 덕입니다. 과거 SSD는 한 셀에 1비트(bit)를 저장하는 SLC(Single Level Cell)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며 한 셀에 2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MLC(Multi Level Cell)가 출시되고, 최근에는 한 셀에 3비트를 저장하는 TLC(Triple Level Cell)가 주류입니다. 생산업체 입장에선 같은 면적의 반도체 웨이퍼(Wafer·기판)에 2~3배 용량을 담을 수 있으니 원가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SLC·MLC·TLC·QLC의 구조를 나타낸 그림. 한 셀을 더 촘촘히 나눠 더 많은 정보를 담는다. /SK하이닉스 제공
지난해부턴 한 셀에 4비트를 저장하는 QLC(Quad Level Cell) SSD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인텔(Intel)이 포문을 연 데 이어 삼성전자(005930)가 소비자용 QLC SSD를 판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9일에는 SK하이닉스(000660)또한 96단 4D낸드 기반 QLC 샘플 출하를 밝혔습니다.

QLC의 장점은 가격입니다. 삼성전자가 판매중인 소비자용 SSD 860 시리즈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MLC인 최상급 제품 860 PRO 1TB(테라바이트) 다나와 최저가는 10일 기준 30만9220원입니다. TLC인 860 EVO 1TB는 19만8500원, QLC인 860 QVO는 14만3000원입니다. 같은 용량이지만 QLC가 MLC의 절반 수준 가격입니다.

그러나 문제도 있습니다. SSD는 SLC에서 QLC로 넘어갈수록 속도와 수명이 줄어듭니다. 수명이 짧다는 점은 ‘저장장치’로서 치명적입니다. 860 PRO는 사용보증시간이 200만시간이고, 총 쓰기 가능량(TBW)은 1200TB입니다. 반면 860 QVO는 사용보증시간 150만시간에 TBW는 360TB에 불과합니다. 무상수리 보증 기간 또한 860 PRO·EVO가 5년인데 비해 QVO는 3년으로 짧습니다.

제조사들은 "개인 사용자에게 수명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합니다. 일반 사무 환경에서 수명을 다 쓰긴 힘들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기자가 2년6개월간 사무용으로만 사용한 노트북의 SSD 정보를 확인해 봤습니다. 총 2906시간을 사용하며 6028GB(5.88TB)를 읽고, 5153GB(5.03TB)를 썼습니다. 860 QVO의 쓰기 가능량인 360TB를 모두 사용하려면 이보다 72배 가량을 더 써야 합니다.

기자가 2년6개월간 일반 사무용으로만 사용한 SSD 정보. 2906시간을 사용하며 총 5153GB를 썼다. /윤민혁 기자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QLC 안정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과거 TLC 제품이 처음 나왔을 때 겪은 ‘트라우마’에 기인합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소비자용 TLC SSD ‘840 EVO’를 내놓았습니다. 출시 직후 평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판매가 시작된지 1년여가 지난 후부터 속도 저하 등 문제가 속출해, 삼성전자는 수차례 패치를 제공해야 했습니다.

QLC의 장점인 가격적 이점도 아직은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쟁사 마이크론은 TLC 1TB 제품을 14만~15만원선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당장 QLC를 살 바엔 성능이 검증된 TLC를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업계에선 "1TB QLC 가격이 11~12만원선이 되기 전까지 대세화는 힘들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1TB 하드디스크 가격이 5~6만원선인 만큼, 그 두배 정도 가격이 적정하다는 분석입니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체들은 QLC가 SSD의 미래라는 점에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산량이 늘어난다면 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이고, 수명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QLC 비중은 올해 3%대에 불과하지만, 2023년까지 22%로 확대된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QLC SSD의 가격경쟁력과 신뢰성을 개선해 궁극적으론 하드디스크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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