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미스터 베트남' 입니다

신은진 기자
입력 2019.04.26 03:12 수정 2019.04.26 15:58

최태원 SK 회장, 베트남 총리와 매년 만나며 동남아에 공들이기
현지 기업 지분투자 늘리며 '중국 중심'에서 변화 움직임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에더해 베트남 등 동남아 글로벌 파트너링으로.'

국내 3위 SK그룹의 해외 전략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SK그룹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하나둘씩 발을 빼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 주목받았는데, 최근에는 베트남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은 지난해 베트남에 5000억원대 투자를 했고, 올해도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베트남을 자주 방문하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등 SK그룹이 베트남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삼성·LG는 생산 기지 건설… SK는 유력 현지 회사에 지분 투자

"매년 만나는 해외 기업 총수는 최태원 회장뿐일 정도로 SK에 대한 관심이 남다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총리 공관. 최태원 회장과 만난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ICT, 에너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 역량을 갖고 있는 SK와의 민관 협력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2017년 첫 만남에서 상호 협력을 논의한 뒤 매년 만나고 있다. 최 회장은 올 하반기에도 베트남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다음 달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Vin)그룹에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빈그룹은 베트남 마트 시장 1위 빈마트와 건설사, 리조트, 종합병원에 이어 자동차·스마트폰 제조까지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이 지분 투자를 하면 이 다양한 분야 자회사들과의 사업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SK그룹은 동남아시아 투자 교두보 역할을 하는 SK동남아투자회사를 통해 지분 투자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SK동남아투자회사는 지난해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E&S 등 주요 계열사가 10억 달러 규모 자본금으로 설립한 투자 전문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마산(Masan)그룹 지주회사 지분 9.5%를 약 53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앞으로 베트남 시장에서 신규 사업 발굴 및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지난해 마산그룹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성장한 17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은 마산그룹과의 첫 비즈니스 성공 이후 자신감이 생겨 빈그룹 등으로 베트남 투자를 더욱 확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베트남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은 SK뿐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연간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제품 1억700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이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LG그룹도 최근 휴대전화 생산 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반면 SK그룹은 과거 SK텔레콤의 베트남 진출 실패를 계기로 국내 사업을 해외까지 확장하는 전략 대신 현지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투자(글로벌 파트너링)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주력 사업 특성 등을 고려해 생산 거점을 건설하는 기존 국내 대기업과 달리 유력 현지 파트너사를 선정해 금융 파트너로 비즈니스 시너지를 확대하는 독특한 구조"라며 "SK의 새로운 베트남 투자 실험이 성공할지 더욱 주목된다"고 말했다.

'차이나 인사이더'에서 베트남에 꽂힌 SK

'차이나 인사이더'는 외부자가 아닌 내부자(Insider)로 중국 시장에 접근하겠다는 의미로, 중국에서 번 돈을 재투자해 현지화하겠다는 SK의 대표적인 해외 투자 전략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투자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정체되고, 한국 기업이 성공을 이어가기 힘든 외부 환경 등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이 대안으로 눈길을 돌린 곳은 동남아, 그중에서도 베트남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석유·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한 데다,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ICT와 연계한 4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SK 관계사들이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베트남은 매년 6~7%의 높은 성장률과 한국인에 대한 호의적인 경제 분위기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특히 한국은 이미 규제가 많고 앞으로 어떤 규제가 더 생길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인데, 베트남은 오히려 다양한 투자 혜택 등을 내놓으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국영·상장 기업의 외국인 지분 소유 한도를 49%에서 100%로 확대해 외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또 SK는 현재 베트남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의 민영화 참여 등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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