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연금 개혁쇼

전준범 기자
입력 2019.04.23 13:37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에 구성된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는 1년간 실시한 국민연금 장기 재정수지 계산 결과를 지난해 8월 발표했다. 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연금제도 개편안을 만들었고, 대국민 의견수렴 과정까지 거쳐 청와대에 보고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놨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통령 공약(소득대체율 50%)이 포함된 개혁안을 다시 만들어 청와대 문턱을 겨우 넘었다. 그 사이 2019년이 밝았다.

이제 국회 논의가 시작되나 했더니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사회적 합의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 때부터 전문가들은 "연금 개혁 시도가 이번에도 물 건너 갔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경사노위 산하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작년 10월부터 반 년간 16차례나 회의를 열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핵심 쟁점인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적정 수준에 대한 각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다급해진 특위는 활동 기간을 오는 7월까지 3개월 연장했다.

연금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 노인과 청년이 한 자리에 모여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내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부가 이를 몰랐을까. 책임 회피에는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명분이 최고의 핑계라는 사실 정도는 알았을 것이다. 더 내고 더 달라는 요구와 적게 내고 많이 받자는 제안, 천천히 추진하라는 강요와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하는 살벌한 전쟁터에서는 연장된 3개월 후의 상황도 불보듯 뻔하다.

설사 노·사·정이 하반기 중 간신히 합의점을 찾는데 성공하더라도, 그 때쯤이면 법 개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치권이 내년 총선 모드에 돌입한 상태일 것이다. "총선 승리보다 국민연금 제도 개선이 더 중요하다"며 젊은 유권자들에게 보험료 인상을 강요할 정치인이 있겠는가. 물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말할 수 있는 문 정권은 아쉬울 게 없다. 연금 개혁 실패는 경사노위의 첨예한 대립과 게으른 국회 탓이지 본인들 잘못이 아니다.

청와대가 지금의 국민연금 시스템 하에서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될 어마어마한 보험료 폭탄 부담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연금제도 개편 작업이 이렇게 지지부진할 리 없다. 엄청난 비판 여론에도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황소고집 정부 아니었나. 국민연금에 관해서는 적당히 시늉만 하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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