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시간 벌었으나…회의론만 팽배

전준범 기자
입력 2019.04.23 09:00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인상 수준 놓고 계속 이견

정부·노동계·경영계의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국민연금제도 개혁을 목표로 반 년 동안 특별위원회(연금특위)를 운영하고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자 특위 활동 기간을 3개월 연장했다. 그러나 연금 전문가들은 지난 6개월간 각계 입장 차이만 확인한 연금특위가 조금 더 늘어난 시간 동안 얼마나 의미있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조선DB
◇연금특위 대립 속 활동 3개월 연장

23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연금특위는 전날 간사단 회의를 열어 당초 4월 29일까지로 예정했던 특위 운영 기간을 3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경사노위 본위원회에서 이 연장안을 의결하면 연금특위는 오는 7월 말까지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발족한 연금특위는 지금까지 총 16차례 회의를 열어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 보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보험료율(소득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비율)과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 인상 수준을 두고 경영계와 비(非)경영계가 극명한 의견 차이를 보여 합의에 난항을 겪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다. 소득대체율은 올해 기준 44.5%인데 매년 0.5%포인트씩 떨어져 2028년 40%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경영계는 "나라 경제와 기업 환경이 어려운 이 시점에 연금 개혁을 꼭 강행해야 하느냐"며 현행 제도 유지를 주장해왔다. 반면 노동계 등 비경영계는 보험료율 11~16%, 소득대체율 45~50%를 요구하고 있다.

양보 없는 공방전이 반복되는 사이 활동 종료 시기가 다가왔고, 결국 연금특위는 ‘최대 3개월간 운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특위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경사노위는 "활동 기간 연장안이 의결되면 현재까지 확인된 각 주체의 입장을 최대한 조율해 합의점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 경사노위 제공
◇"이러다 개혁 무산"…회의론 지배적

연금특위가 일단 시간을 벌며 한숨 돌리긴 했지만 논의 과정을 지겨보는 전문가들은 큰 기대를 안하는 눈치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제도 개혁은 내는 이와 받는 이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난제 중의 난제인데 정부는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그럴 듯한 핑계 뒤에 숨어 시간만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영계만 양보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기업들 입장은 완강하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근로자 보험료의 절반을 내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은 연금 사각지대 해소와 기금 수익률 제고 방안 등을 우선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연금특위가 7월까지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더라도 정치권이 국민연금 개혁의 마지막 퍼즐을 맞춰줄 가능성이 작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하반기부터는 국회의 모든 관심이 내년 4월 열리는 총선에 쏠릴 것이 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연금 전문가는 "국정운영 후반기의 동력을 얻어야 하는 여권과 이를 저지하려는 야권이 보험료 인상과 같은 ‘표 잃기 쉬운’ 작업에 공을 들일 리 없다"며 "국회가 조금이라도 의지를 보일 수 있을 때 노·사·정 합의안을 넘겼어야 하는데 (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은 이미 놓친 듯하다"고 했다.

헬스조선 상례서비스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