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새 주인 ‘SK·한화·CJ·롯데’ 거론…7조원 넘는 부채 ‘변수’

진상훈 기자
입력 2019.04.15 15:57 수정 2019.04.15 16:13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국내 2위 국적항공사를 인수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지난해부터 항공업 진출설이 나왔던 SK그룹을 비롯해 한화, CJ, 신세계 등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제주항공(089590)을 운영하는 애경그룹 등 중견그룹들까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의 보유 지분과 경영권 프리미엄 외에도 막대한 부채까지 떠안고 있어서 실제로 인수 경쟁에 참여할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이 운용 중인 A350 항공기. /아시아나항공 제공
◇항공업 진출 타진한 SK, 자금력도 앞서…한화·CJ·애경도 거론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가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곳은 SK그룹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그룹 안팎에서 항공업 진출을 준비할 것이라는 설이 끊임없이 제기된 데다, 자금력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7월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앞서 지난해 4월 수펙스추구협의회에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직책을 신설하고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최규남 부사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제주항공의 최고경영자(CEO)로 근무하며 회사를 업계 1위 저비용항공사(LCC)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이 때문에 최 부사장의 영입을 두고 재계에서는 SK그룹이 본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SK그룹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해 왔다. 게다가 SK하이닉스 등 핵심 계열사들이 수년간 많은 이익을 거두면서 수조원의 인수자금을 확보한 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참여설을 뒷받침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실제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2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아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한화그룹도 인수 후보군으로 떠오른다. 한화는 항공엔진을 만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통해 항공 관련 산업에 발을 걸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로K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항공산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운송 부문을 염두에 두고 최근 물류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CJ와 롯데그룹 등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신세계그룹은 과거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와 저비용항공사 티웨이항공 인수를 검토했다는 이유로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잠재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중견그룹에 속하는 애경그룹과 호반건설 등을 꼽는 의견도 있다. 애경그룹의 경우 제주항공에 이어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과 같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데다,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목적으로 금호산업 인수전에도 참여한 바 있어 후보군으로 꼽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투입될 자금의 규모와 기업 회생을 위해 검증된 경영능력을 갖춘 인수자를 선호하는 채권단의 성향 등을 고려하면 애경이나 호반 등은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금호산업 지분 매입보다 7조원 넘는 부채가 ‘변수’

현재 다양한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인수에 참여할 기업은 생각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금호산업이 가진 지분과 경영권 프리미엄 확보를 위한 자금 외에도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천문학적인 부채까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기자회견 당시 생각에 잠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연정 객원기자
금호산업과 특수관계인이 가진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은 전체의 33.49%다. 15일 종가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시가 총액이 약 1조5000억원에 이른 점을 고려하면 금호산업의 지분 가치는 약 5000억원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추가하면 인수 비용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더 큰 문제는 부채다. 항공기를 대여해 운용하는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7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 부채비율도 600%가 넘는다. 올해 상환해야 하는 부채의 규모만도 1조2000억원에 이른다. 만약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를 제때 상환하지 못해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1조원이 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조기 상환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익명을 요구한 사모펀드(PEF) 고위 관계자는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SK그룹조차도 최근 전기차 배터리와 5G 등 신기술에 많은 투자를 한 데다, SK하이닉스의 실적도 악화돼 수조원의 부채를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라며 "실제 인수전이 시작되면 참여할 후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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