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좋지만 부작용도 심각 "새벽 3시에 벨 눌러"

안소영 기자
입력 2019.04.15 08:00
서울시 성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현웅(29)씨는 최근 마켓컬리 새벽 배송에 골머리를 앓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문 앞에 놓여있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새벽 3시 아파트 공동현관문을 열어달라는 연락을 받고 잠에서 깨어났다. 아파트 현관문이 카드키만 사용 가능해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피곤을 무릅쓰고 시킨 두 번째 새벽 배송 상품은 아파트 공동 현관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박씨는 "새벽 배송을 시킬 때마다 새벽 3~4시에 일어나거나, 누가 훔쳐갈까봐 걱정해야 했다"며 "그냥 부지런하게 마트를 다니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선 DB
2015년 100억원 규모였던 새벽배송 시장이 4000억대로 커졌다. 마켓컬리·헬로네이처·쿠팡부터 신세계·롯데·GS·동원그룹까지 대기업들도 뛰어든 새벽배송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른 배송에 오히려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배송업체 측에서 공동현관 앞 택배를 덩그러니 놓는 일이다. 택배를 도둑맞는 일도 흔하고, 택배원이 어디다 뒀는지 몰라 택배를 찾으러 헤매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비밀번호를 알려주거나, 비밀번호가 없는 곳도 종종 이같은 일이 생긴다.

지난 11일 배송을 시킨 황모(36)씨는 비밀번호를 적어놨는데도 상품 세개를 공동현관 앞에 두고 갔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는 "도로변 아파트에다 입구도, 유동인구도 많은데 어디다 둔지 몰라서 한참 찾아 헤맸다"며 "버려진 듯 놓여있는 데다 누가 뜯어본 흔적까지 있어서 아침부터 짜증이 솟구쳤다"고 했다.

직장인 이석구(29)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한참 자신의 택배를 찾다 문 앞에 버려진 듯한 박스를 발견했다. 그는 "무인택배함이 있는데도 공동현관 앞에 버리듯 두고 가놓고 문의하니까 대안이 없다고 했다"며 "이른 배송에만 집중하고 고객 불편을 개선할 의지는 없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새벽 배송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공동현관 문 앞에 택배를 두고 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소비자들은 분실위험에, 배송업체는 경비원과 고객들의 불만에 걱정을 하고 있다./ 커뮤니티캡처·독자제공
새벽 배송 불만글은 온라인에서도 끊이지 않는다. "30만원짜리 택배를 문앞에 두고 갔다",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없는데도 문 앞에 두고가 화가 났다", "앞으로 시키지 않겠다"는 글이 줄잇는다.

새벽 배송을 하는 근무자들도 고역이다. 경비원이 없는 아파트도 많은데다, 경비원과 배달원 사이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오모(32)씨는 "경비실에 연락해도 안 받는 경우가 있어 계속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 욕을 하거나 신고한다고 협박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새벽 배송 업체들도 고민스럽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어 난처하다.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요청했지만 못받거나, 경비실에 요청해도 안열리면 공동현관에 어쩔 수 없이 둘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측은 "고객들에게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요청하거나, 문제가 생기는 아파트들은 경비실과 협의하면서 계속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도 "분실사고는 소비자기본법에 의거해 조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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