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兆 잡아라”…고용부 기금유치 사활건 증권·운용사

전준범 기자
입력 2019.03.26 06:00
28조원에 이르는 고용·산재보험기금을 맡아 운용할 금융투자회사 선정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기금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전담 권한을 더 이어가려는 기존 운용기관과 먹거리를 빼앗으려는 도전자들간 경쟁이 여의도 증권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8개 증권사·자산운용사는 앞다퉈 관련 조직을 키우고 전문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투사들이 사활을 걸다시피 한 이번 고용노동부 기금 유치전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에 대한 업계의 높은 관심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OCIO는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여유자금을 맡아 굴리는 사업을 말한다.

조선DB
◇28조원 관리 두고 8개 금투사 경쟁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4곳과 자산운용사 4곳은 이달 27~28일 고용부에서 고용·산재보험기금 전담 운용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실시한다. 고용부 기금은 10조원 규모의 ‘고용보험기금’과 18조원 규모의 ‘산재보험기금’ 두 종류로 나뉜다. 고용부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 심사를 거쳐 각 기금당 한 곳씩 총 2개 운용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우선 27일에는 산재기금 운용기관을 결정하는 심사가 진행된다. 현 산재기금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이 PT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관리자의 이점과 오랜 OCIO 경험 등을 근거로 삼성운용의 우위를 점치면서도 도전자들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화운용의 경우 지난해 말 OCIO 전담 조직인 플랫폼사업추진본부를 신설하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출신인 고준호 상무를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KB운용도 OCIO본부를 새로 만들고 채수호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OCIO 연구센터장을 본부장으로 데려왔다. 미래에셋운용은 타사 대비 압도적인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28일에는 고용기금 심사가 이어진다. 현 운용기관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신한금융투자가 운명을 건 승부를 벌인다. 고용기금 역시 수년간 관리해온 한투증권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NH투자증권이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에도 19조원 규모의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전담 운용기관 자격을 한투증권으로부터 빼앗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KB증권도 강력한 복병으로 꼽는다. KB금융(105560)이 그룹 차원에서 OCIO 사업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취임한 김성현 KB증권 사장도 고용기금을 반드시 따내겠다며 대표이사 산하에 OCIO 사업추진부를 두고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용·산재기금 신규 운용기관들은 오는 7월부터 4년간 자금 관리를 책임지게 된다.

일러스트=정다운
◇민간기업도 위탁운용 요청 늘어

국내에서 OCIO 사업은 2000년대 초 연기금 투자풀이 주간운용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연기금 투자풀은 국민연금·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의 여유자금을 한데 모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걸 말한다.

과거에는 연기금 투자풀로 모은 돈을 1~2개 대표 운용사에 맡겼지만, 각 기관의 자금 규모가 불어나면서 최근에는 연기금 투자풀에 참여했던 기금이 독립적으로 자금을 굴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금투사들이 20년 가까운 역사의 OCIO 사업을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배경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주택도시기금·산재기금·방폐기금 등 공적기금뿐 아니라 민간기업들도 금투사에 OCIO를 요청해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고준호 한화운용 본부장은 "기업들이 과거에는 여윳돈을 은행 예금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수년 전부터는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OCIO를 택하는 일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적기금과 기업의 여유자금이 계속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OCIO 관련 수요도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국내 OCIO 시장 규모는 약 100조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특정 기금이나 기업의 여윳돈을 통째로 전담하게 되면 수익도 수익이지만 자본시장에서 회사 입지를 더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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