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택 28만채만 때린다더니… 보유세 뛰는 아파트 118만채

장상진 기자
입력 2019.03.15 03:11

[아파트 공시가 급등]
국토부 "12억원 넘는 28만채 외엔 부담 크지 않다" 주장
실제론 시세 6억이상 중산층 아파트까지 두자릿수 껑충

14일 발표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하 잠정치)은 '소수의 강남 고가(高價)주택만 정밀 타격할 것'이라는 취지의 정부·여당 주장과는 많이 달랐다. 비(非)강남 중산층 아파트에서도 두 자릿수 상승률이 쏟아졌다.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에 아파트와 공동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의 8.9%인 118만 채의 공시가격이 15% 이상 올랐다. /장련성 객원기자
국토교통부는 이날 "시세 12억원 초과 고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형평성을 제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 전용면적 84㎡ 한 채를 가진 회사원 A씨는 "정부 발표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A씨 아파트 시세는 8억원대로, 정부 표현으로는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은 중·저가 공동주택'에 해당하지만 이번에 공시가격이 22% 올라 보유세 부담은 32% 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전국 공동주택 1330만 채 가운데 8.8%(118만채)가 공시가격 인상률 '15% 이상' 구간에 포함했다.

시세 6억원부터 인상률 15%대

국토부는 시세 12억원 초과 아파트만 공시가격을 많이 올린 것처럼 설명했지만 발표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격 급등 기준점은 6억원이다.

3억~6억원 구간의 평균 상승률은 5.6%였고, 6억원을 넘어선 공동주택은 모두 공시가격이 15% 이상 올랐다. '6억~9억원' 구간은 15.1%, '9억~12억원'은 17.6%, '12억~15억원'은 18.2%, '15억~30억원'은 15.6%, '30억원 이상'은 13.3% 등이다.

공시가격 6억원이 넘는 공동주택은 서울 아파트 반이 넘는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달 기준 7억8000만원. 가격 순서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하는 아파트 가격이 공시가격 15.1% 인상 구간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권대중 한국부동산학회장은 "서울에서 아파트 평균 가격보다도 1억원이나 싼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도 공시가격이 평균 15% 오른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예컨대 호가(呼價)가 6억3000만원대인 마포구 성산시영 전용면적 50㎡도 공시가격이 20.2% 오른다.

이런데도 국토부는 이날 발표에서 '상위 2.1% 고가주택 보유자 외에는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주장을 여러 번 폈다. 시세 12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 28만채 외에 전체 주택 97.9%는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전체 공동주택의 97.9%에 해당하는 중저가 주택은 실제 가격이 오른 것보다 공시가격을 덜 올렸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시세가 오른 만큼 공시가격을 그대로 올렸다면 공시가격은 훨씬 더 올랐을 것이라는 논리다.

"정부가 편 가르기 의도 아닌가"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번 정책에도 하위 몇 %는 큰 영향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것은 정부가 소수 부자와 나머지 국민을 편 가르기 하려는 의도로,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사실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세금을 올릴 때 대상자의 2%에 대해서만 올리고 나머지는 문제없다는 식의 정부 설명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다.

국토부는 작년 8월 국회에서 여당 측이 공시가격 인상을 통한 보유세 강화를 요구하자, 실제 가격상승률을 공시가격에도 한 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말 자체는 맞아 보이지만 그동안 정부는 집값이 단기 급등하더라도 이를 공시가격에 반영할 때는 2~3년에 걸쳐 천천히 반영해왔다.

전 국토부 고위 관료는 "소유자의 조세 부담이 한 번에 크게 늘어나지 않도록 배려하는 동시에 부동산은 단기적으로 출렁일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시세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지켜보자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엔 한꺼번에 시세 상승분을 반영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작년 말부터 서울에서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오는 7월과 9월 재산세를 낼 시점엔 그동안 집값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한 단지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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