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NOW] 술 깨는 음료, 미국에 지금까지 이런 상품은 없었다

강동철 기자
입력 2019.03.15 03:11

[美서 숙취해소 음료로 대박… 모어랩스 이시선 대표]
- 1년 반 만에 200만병 팔아
테슬라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한국 숙취해소 음료 맛보고 충격

미국에서 한국식(式) 숙취 해소 음료인 '모닝 리커버리'(morning recovery)를 만든 이시선(29) 모어랩스 대표를 처음 만난 건 2017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마운틴뷰의 한 아파트였다. 당시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엔지니어를 막 그만둔 그는 식탁에서 라벨도 없는 100mL짜리 음료수 수십병을 박스에 나눠 넣고 있었다. 당시 이 대표는 "한국 숙취 해소 음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직접 개발한 숙취 해소 음료"라고 했다. 마셔 봤더니 국내 숙취 해소 음료와 맛과 효과가 비슷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그는 창업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시선 모어랩스 대표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숙취 해소 음료인 '모닝 리커버리'를 손바닥에 올려 선보이고 있다. 모닝 리커버리는 출시 1년 반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병을 돌파했다. 2017년 만났을 당시에는 한국말이 서툴렀지만 사업을 한 이후 한국말도 많이 늘었다. /김연정 객원기자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모어랩스는 1년 반 만에 직원 수 22명에 매출 1000만달러(약 113억원)가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매출은 2000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후보'로 꼽힐 정도로 무서운 성장 속도다. 1년 전에 알토스벤처스·스트롱벤처스 등 벤처 투자사에서 800만달러를 투자 유치했는데 이때도 기업 가치 3300만달러를 인정받았다.

이 대표는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똑같이 숙취로 고통받는다"며 "막상 출시해보니 미국인들이 한국인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리콘밸리式 방법론으로 만든 음료

그는 아홉 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캐나다 워털루대(大)에서 시스템공학을 공부하고, 페이스북을 거쳐 우버·테슬라로 이직했다.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다.

2016년 한국에 놀러 왔다가 처음 숙취 해소 음료를 마셨다. 그는 "술이 깨는 게 느껴질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미국으로 돌아와 숙취 해소 물질 분야 전문가 USC(서던캘리포니아대) 징 리엥(Liang) 교수와 함께 첫 제품을 개발했다. 헛개 추출물에서 나오는 DHM(디하이드로미리세틴) 성분을 함유해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해주는 제품이다. 이걸 크라우드펀딩(온라인을 통해 일반인에게 투자금을 모으거나 출시 전인 상품을 돈을 받고 미리 파는 것) 사이트 '인디고고'에 올리자 3주 만에 25만달러어치의 주문이 쏟아졌다. 그는 "처음엔 '사이드 프로젝트'(부업)로 시작했는데 이때 창업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는 '실리콘밸리식(式) 방법론'이 작용했다.

"실리콘밸리는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주변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문화도 있죠. 이 덕분에 짧은 시간에 개발부터 출시·유통까지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음료 제조 공장을 물색할 때 미국 중개 스타트업 파이버(fiverr)를 썼다. 파이버는 그가 제시한 조건에 맞춰 수만 개에 이르는 음료 공장 중 숙취 해소 음료 제조에 적합한 공장 8곳을 추렸다. 이 대표는 한국·중국·베트남의 공장 8곳을 방문했고 한국에 있는 공장과 위탁 제조 계약을 했다.

제조한 음료를 미국으로 옮겨올 땐 플렉스포트(flexport)라는 스타트업을 활용했다. 플렉스포트는 중소기업의 적은 물량도 세계 해운 업체의 물류 운송망을 통해 운송하도록 돕는 곳이다. 물건이 어디쯤 오는지도 실시간으로 추적해 정보를 준다. 미국에 도착한 물건은 물류 전문 업체가 출고할 때까지 보관했다.

미국 최대 기능성 음료 회사 꿈꿔

그는 현재 누적 판매량이 200만병을 넘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주로 숙취 해소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은 30대 이상의 전문직·고소득층이에요. 한국에선 과음 후 주로 마시지만 미국인은 와인 3~4잔을 마셔도 우리 음료를 챙겨 마십니다."

올해 예상대로 매출 2000만달러를 돌파하면 원조인 한국 숙취 해소 음료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국내에서 '여명808'을 만드는 그래미의 2017년 매출은 310억원이다. 향후 2~3년 안에 원조(元祖)를 제칠 가능성도 높다.

그는 "목표는 미국 온·오프라인을 모두 장악한 기능성 음료 업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5월에는 집중력 향상 효과를 주는 음료 '포커스'를, 하반기에는 스트레스나 불안 장애를 줄여주는 음료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에게 "한국인은 미처 모르지만 미국에서 통할 또 다른 한국 제품이 뭐냐"고 물었더니 0.1초 만에 "소주"라는 답이 돌아왔다. "적당히 도수가 높고 깔끔한 소주는 미국에서 인기가 좋아요. K팝의 인기로 한국식 화장품·음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엄청난 지금이 한국 제품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일보 B1면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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