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수제품' 서비스발전법, 7전8기만에 국회 통과할까

세종=정원석 기자
입력 2019.03.15 06:00
국장 시절 만든 ‘서비스발전법’, 여당 주요 처리법안으로 지목
의료부문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법안에 대한 여야 이견이 변수
법안 처리 불발 시 홍남기 부총리 리더십에 악재될 가능성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손수 만든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서비스발전법)이 8년만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지 세종시 관가의 이목이 쏠려 있다.

서비스발전법은 ‘1960년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식 서비스산업 진흥’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로 지난 2011년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됐지만, ‘의료 영리화 논란’ 등으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으로 서비스발전법 문안 작성을 책임졌던 홍 부총리가 8년만에 경제부총리로 ‘금의환향(錦衣還鄕)’해서 입법을 지휘하게 된 셈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법안에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이 ‘의료 영리화 방지’ 장치를 넣은 서비스발전법에 처리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에 국회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민주당 구상에 ‘반쪽짜리 입법’이라고 반대하고 있고, 기재위 법안 처리에 영향력이 높은 김성식 바른미래당,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서비스발전법 국회 통과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법의 국회 통과 여부에 홍 부총리의 리더십이 판가름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7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재위, 27일 서비스 발전법 심의 재개할 듯

15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에 따르면 기재위 교섭단체 간사인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추경호 자유한국당,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달 27일 소관 법률 심의를 담당하는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비스발전법과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이 심의 안건으로 올라올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기재위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지난 13일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을 3년 연장하기로 한 당정협의 결과를 발표하며 "경제활력 제고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서비스산업 발전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비스산업발전법이 국회에 제출된 지 8년이 된다. 3월에는 야당의 적극 협조를 구하고 4월에 법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집권기인 2011년 제출된 서비스발전법은 8년 가량 장기 계류 상태다. 경제개발 5개년식으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워 서비스 산업을 종합적으로 진흥시키겠다는 취지로 법안이 만들어졌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핵심 쟁점 법안으로 입법을 추진했지만, 국회의 반대에 부딛혀 입법이 좌절됐다. 이 법안이 제시하고 있는 16개 서비스산업에 의료부문이 포함된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서비스발전법을 의료 영리화법이라고 규정하고 국회 심의 등 입법 작업을 막았다.

서비스 발전법은 ‘홍남기 부총리의 수제품(手製品)’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2011년 당시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을 맡고 있었던 홍 부총리가 책임자로 이 법안의 문구 등을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5개년 계획 등 종합적인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서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게 서비스발전법의 주요 골격이다.

영국 샐퍼드대 유학 시절 ‘EPB를 내세운 한국의 경제개발’을 주제로 학위 논문을 썼던 홍 부총리가 EPB(경제기획원)식 개발계획을 본 떠 이 법을 만들었다는 게 관가 안팎의 정설이다. 이명박 정부가 만든 법안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비서관을 맡고 있었던 홍 부총리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관광 인프라와 성형, 미용에 대한 트렌드를 소개하는 한 박람회에서 참여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조선DB
◇정부·여당, 사실상 의료부문 뺀 서비스발전법 처리 합의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핵심 처리법안이었던 서비스발전법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한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의료 영리화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내용을 담지 않으면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국회 기재위에서 서비스발전법 심의는 지난해 8월 29일 경제재정소위 이후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9~12월까지의 정기국회 과정에서도 논의되지 않았다.

관가에서는 사실상 ‘식물법안’ 신세였던 서비스발전법이 홍 부총리 취임덕분에 정부 주요 정책과제로 생명력을 얻게됐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재임기에 나온 각종 정책 발표에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서비스산업 발전전략 등에 대한 내용이 홍 부총리 취임 직후 나온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핵심 과제로 나왔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을 올해 1분기 중 조속히 입법을 완료해 5년단위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 하겠다"는 게 정부의 현재 구상이다.

서비스발전법 국회 통과를 위해 정부는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진흥법에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추가하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는 사실상 서비스발전법 적용 대상에 의료부문을 제외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서비스발전법에 근거한 각종 육성 정책이 의료 영리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라는 여당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어쨌든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에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여당 지지에도 국회 통과 쉽지 않을 듯

하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의료 부문을 적용 범위에서 제한한 내용으로는 국회 통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가가치 창출 여력이 가장 많은 의료 분야를 적용대상에서 빼면 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게 한국당 의원들의 생각이다.

다른 야당 의원들도 홍남기 부총리의 서비스산업 발전 전략 취지에 부정적이다. 소위 회의록 등에 따르면 김성식 의원은 "5년 주기 기재부 중심의 발전전략이라는 60년대의 틀로는 서비스산업이 발전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분야별 맞춤 대책을 만들어 민간과 협의하고, 국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서비스발전법의 필요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 이 법을 만들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지지에도 서비스발전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꺼져가던 서비스발전법의 불씨를 되살린 홍 부총리 입장에서는 난관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서비스발전법은 2기 경제팀이 등장하면서 다시 부각시킨 정책 아이템이기 때문에 입법 성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홍 부총리의 리더십이 판가름 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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