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항공기’ 대한항공·제주항공 등 계약규모만 14조8200억원

진상훈 기자
입력 2019.03.14 15:28 수정 2019.03.14 15:47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추락해 승객 157명 전원을 숨지게 한 보잉 737 맥스8 항공기에 대해 각국 정부가 잇따라 운항중단 조치를 내렸다. 결함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버티던 미국과 캐나다 정부도 결국 이 항공기의 운항을 중단하도록 했다.

난감해진 것은 보잉 737 맥스8 기종을 구입하기로 계약한 항공사들이다. 특히 연료 효율성이 높다는 이유로 이 항공기를 대량으로 사들인 대한항공(003490)제주항공(089590)은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보잉 737 맥스8 기종을 총 114대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도입한 2대를 포함, 총 18대를 구매했고 티웨이항공은 10대를 사기로 했다. 항공기 1대당 가격이 1300억원 정도로 알려졌는데, 단순 계산하면 계약 규모만 14조82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아프리카 동부 에티오피아의 비쇼프투 인근에서 에티오피아 항공의 보잉 737 맥스 8 여객기가 추락해 현장에서 구조 요원들이 여객기 잔해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항공기 1대당 1300억원…100대 계약한 대한항공·제주항공 손실 불가피

대한항공은 14일 "안전이 완전히 확보됐다는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보잉 737 맥스8 항공기를 운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애초 보잉 737 맥스8 항공기를 올해 5월부터 총 6대를 들여와 성수기가 시작되는 6월부터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추락사고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된데다, 각 국의 운항 중단 조치까지 나오면서 결국 운항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과 이 항공기를 50대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30대를 도입하고 옵션으로 20대를 추가 구매할 계획이었다. 옵션 구매인 20대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지만, 이미 도입하기로 확정한 30대는 기약 없이 격납고에 보관해둬야 할 상황에 몰렸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보잉 737 맥스8 기종의 가격은 1대당 약 1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운항 중단 결정으로 대한항공은 최악의 경우 약 3조9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보게 될 처지에 몰린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보잉사와 오랜 기간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해 온 데다, 대량 구매 계약에 따른 이점으로 1대당 1300억원보다는 낮은 가격에 항공기를 구매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은 점을 감안해도 운항 중단 조치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보는 것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겪게 된 항공사는 대한항공뿐이 아니다. 제주항공 역시 보잉 737 맥스8 기종을 총 56대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다만, 제주항공은 2020년부터 이 항공기를 도입하기로 예정돼 있어 당장 큰 손실을 보는 것은 아니다.

제주항공이 도입하기로 한 보잉 737 맥스8 항공기. 제주항공은 보잉사와 이 항공기를 옵션 포함 총 56대를 도입하기로 계약했다. /제주항공 제공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가 운항 중단 조치를 내렸지만, 현재로써는 항공사들이 보잉에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추락사고의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공기 결함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을 취소할 경우 항공사는 보잉에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특히 대한항공 등과 같이 도입 시점이 임박한 항공기는 위약금의 규모가 훨씬 커진다.

◇‘늑장 대응’ 국토부…질타 잇따라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에티오피아 추락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11일 보잉 737 맥스8 기종에 대해 즉각 운항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인도네시아와 미국, 캐나다 등 여러 나라도 정부가 직접 해당 항공기에 대해 운항을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해당 항공기 2대를 운용해 온 이스타항공에 대해 특별 점검을 했지만, 정부 차원의 운항 금지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의 운항 중단은 회사의 자체 결정이었다. 보잉을 자국 항공사로 두고 있는 미국마저 정부가 국민 안전을 우려해 운항 중단 조치를 내렸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늑장 대응’으로 일관한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국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더 적극적인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항공기 구매를 한 항공사들의 입장을 대변해 보잉사에 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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