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부실사태 8년만에 규제 풀어주나

최종석 기자
입력 2019.02.13 03:09

금융당국, TF 구성 전면 재검토… 전국 79개사 전수조사 계획

금융 당국이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8년 만에 저축은행 규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12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감독원, 전문가 등과 저축은행 규제 완화를 논의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규제가 과도하게 강화된 측면이 있다"며 "이를 다시 살펴보고 풀어줄 것은 풀어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서민 금융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서민의 돈줄'인 저축은행의 역할이 중요해진 측면도 있다. 금융 당국은 우선 전국 79개 저축은행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업계 "8년 전 부실했던 저축은행이 아니다"

저축은행들은 경제 관료 출신인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지난달 취임한 이후 규제 완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는 지난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간담회에서도 "지나친 규제는 현재 상황에 맞게 완화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더 이상 8년 전의 부실했던 저축은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국내 저축은행의 건전성은 2011년에 비해 개선됐다. 저축은행 수는 97개에서 79개로 줄었지만 더 단단해졌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자기자본은 -1185억원에서 7조509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위험 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나타내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은 1.1%에서 14.5%로 뛰었다. 연체율은 25.1%에서 4.6%로 떨어졌다.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는 수신 고객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앙회가 전국 저축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규제 완화 건의안을 당국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 대출 늘리게 규제 줄여 달라" 요구에 "저축은행 부실 사태 잊었나" 반론도

저축은행들의 요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은행보다 5배 높은 예금보험료(예보료)를 낮춰 달라는 것이다. 예금보험료는 금융회사들이 파산에 대비해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보험료다. 고객이 맡긴 돈을 상환할 수 없을 때 예보가 최대 5000만원까지 대신 돌려준다. 그런데 예금보험료 요율이 은행은 0.08%, 저축은행은 0.4% 등으로 다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시 도산한 저축은행들은 이미 문을 닫았고 관련 없는 은행들이 과도한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며 "상호금융과 비슷한 0.2~0.3% 수준으로라도 인하해 달라"고 주장한다. 예보료가 낮아지면 서민 대출 여력이 늘어난다는 게 저축은행 업계 주장이다.

둘째로 정부가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그 적용 시기를 유예해 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대손충당금은 저축은행이 고객에게 빌려준 돈을 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놓는 비상금인데, 이 기준이 강화되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일부 저축은행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이에서도 자금력, 지역 등에 따라 입장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에서도 저축은행별로 재정 건전성이나 리스크(위험) 요인 등이 천차만별이라 규제 방법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저축은행 규제 완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예금액(수신액) 중 예보의 예금 보호 한도(5000만원)를 넘는 '위험한' 돈이 6조5000억원에 이른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예전처럼 저축은행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보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들어간 27조2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아직도 절반도 회수하지 못했다"며 "예보료 인하는 2026년 돈을 다 갚고 난 이후에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B6면
헬스조선 상례서비스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