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 법정관리에 매니저들 분노 "월급으로 받은 어음이 빚으로 변해"

안소영 기자
입력 2019.02.11 19:01 수정 2019.02.11 19:39
르까프·케이스위스·머렐 등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를 유통하는 (주)화승이 기업회생을 신청해 600여개 대리점 직원과 협력업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1호 운동화 기업’ 화승은 적자누적으로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곧바로 채권추심과 자산처분을 막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화승에 따르면, 백화점·쇼핑몰·마트 화승 매장에 근무했던 직원 250여명이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받은 어음은 묶인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월급은 현금으로 지급했지만 1월 월급은 당장 지급할 수 없다. 같은 기간(7~11월) 화승과 어음으로 거래한 협력업체 50여개도 1000억원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화승에 속해 일했다는 이유로 (매니저들은) 빚으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내용의 한 청원자의 글이 올라왔다.

백화점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게시자는 "2월 1일 결제 예정이던 전자어음이 화승 예금 부족으로 부도 처리됐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경영에 참여하는 회사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행보를 자행하는데도 저희는 법의 보호 없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적었다.

매니저들은 화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월급으로 받은 어음이 빚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청원글에 따르면 화승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매니저들은 화승의 채무를 변제해야하는 상황이다. 르까프·케이스위스·머렐 등의 매니저들은 화승 근로자가 아닌 개입사업자로 등록돼있어 법정관리 이후 최우선으로 임금을 받지도 못한다. 매니저들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받은 판매대금을 고스란히 내뱉게 됐다.

화승의 매니저로 일한 그는 "13일까지 채무를 갚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로 낙인돼 카드 사용금지와 개인채무까지 모두 한 번에 변제해야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며 "회사가 회생신청을 했다고 해서 왜 우리가 대신 갚아나가야 하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화승 측은 현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법정관리를 시작해 다른 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화승 관계자는 "포괄적 금지명령이 내려져 저축은행과 상의해 매니저들의 어음을 대출로 전환해주는 것 이상으로 할 수 없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화승의 어음거래는 패션업계에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화승이 법정관리를 이전부터 계획해오며 어음으로 지급해왔다는 의혹도 나온다. 화승 관계자는 "화승은 오래 전부터 어음으로 지급해오던 관행을 지속한 것"이며 "최선을 다했지만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 최후 수단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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