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 완화된 표준감사시간 제정안...막판까지 날선 공방전

김유정 기자
입력 2019.02.11 17:41 수정 2019.02.11 17:43
외부감사 대상 기업에 올해부터 적용되는 ‘표준 감사 시간’이 의무적으로 지켜야하는 최소 시간이 아닌 단순 모범 가이드라인으로 완화되는 방안이 제안됐다. 기업의 자산 규모에 따라 나눴던 그룹도 기존 6개에서 9개로 세분화해 그룹별로 적용 시기와 수준을 조정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서 투입돼야 할 최소 감사 시간을 표준감사시간의 40% 수준으로 정하는 방안도 나왔다.

회계업계는 기업 입장을 반영해 많이 양보된 절충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최종안을 도출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 한공회, 1차 제정안보다 완화된 수정 제정안 발표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는 11일 한공회 대강당에서 '표준감사시간 제정에 관한 제2차 공청회'를 열고 지난달 1차 공청회 이후 의견 수렴을 거쳐 수정한 표준감사시간 제정안을 공개했다.

표준감사시간 제정에 관한 두 번째 공청회가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 대강당에서 11일 개최됐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한국공인회계사회 제공
한공회는 앞서 표준감사시간을 '최소감사투입시간'으로 정의했으나 이번에는 '감사인이 회계감사기준을 충실히 준수하고 적정한 감사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감사시간'으로 개념을 바뀌었다. 이는 표준감사시간을 최소투입시간으로 정의하면 강제 규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외부감사 대상 회사는 9개 그룹으로 구분하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상장사 그룹은 우선 자산 기준으로 ▲개별 2조원 이상 및 연결 5조원 이상(그룹1) ▲그룹Ⅰ 제외 개별 2조원 이상(그룹2) ▲개별 1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그룹3) ▲개별 1000억원 미만(그룹4)으로 나눴다. 코넥스 상장사와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비상장사(그룹5)도 별도 그룹으로 분리했다.
비상장사는 자산 기준으로 ▲1000억원 이상(그룹6) ▲5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그룹7) ▲20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 (그룹8) ▲200억원 미만(그룹9)으로 분류했다.

표준감사시간 적용 대상 기업 2만6046곳 중 그룹1은 132곳(0.5%)이고 그룹2는 58곳(0.2%), 그룹3은 1092곳(4.2%), 그룹4는 705곳(2.7%), 그룹5는 507곳(1.9%)이다. 또 그룹6 2392곳(9.2%), 그룹7 2874곳(11.0%), 그룹8 7986곳(30.7%), 그룹9 1만300곳(39.5%) 등이다.

표준감사시간 산정은 그룹1의 경우 대상 기업 전체에 대해 개별적으로 감사 시간을 추정하고 그룹2~9는 그룹별 표준감사시간 산식에 따라 나온 결과에 개별 감사팀의 '숙련도조정계수'를 곱해주기로 했다. 시행 시기도 종전처럼 그룹1과 그룹2 소속 상장사는 올해부터 적용하고 나머지 기업은 단계적으로 적용하거나 유예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아울러 표준감사시간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기업은 표준감사시간 적합도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해 표준감사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적합도심사위원회는 한공회가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오는 13일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 회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최종안이 나오면 2019~2021년 3개 연도에 적용되며 이후 분석 과정을 거쳐 다음 3개 연도에 적용할 표준감사시간이 다시 책정된다.

◇ 회계법인 vs 기업, 막판까지 이견 엇갈려

지난 달 1차 공청회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던 회계법인과 기업들은 이날까지도 상이한 시각과 입장을 고수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기업 대표로 참석한 패널들은 감사보수 증가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며 반발했다. 손창봉 LG전자 팀장은 "LG전자는 지난해 2만4000시간을 감사 시간에 투입했는데 내부회계를 감안하면 70% 이상 증가하게 된다"며 "표준감사시간은 회계 문제 이슈가 있었던 기업만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마다 상황이 상이하다는 점을 감안해 내부회계관리제도 최소 투입 시간을 표준감사시간의 40%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병욱 제이티 상무는 "표준감사시간 제정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회계사들이 감사 보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표준감사시간 도입 목적이 회계 투명성이라면 감사보수와 감사시간 연결고리 끊어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회계법인들은 외부감사법 도입 취지가 희석된다며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동근 한영회계법인 실장은 "그동안 감사시간을 100이라고 하면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시간은 20시간이 투입되는 수준에 그쳤다"며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시간이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감사인이 공공제를 생산한다고 하면서 왜 우리 돈으로 공공제를 생산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또 "표준감사시간 도입을 유예하거나 적용율을 하향 조정하자는 것은 적절한 감사품질을 유지하는 것을 일정 수준으로 낮추고 미루자는 것을 뜻한다"며 "상장사들은 재무상태를 검증해야 하는데 80~85% 정도만 검증된것을 주자고 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회계법인이 과도하게 감사보수를 올릴 경우 적합도 심사위원회가 심사를 제대로 해서 이를 저지하면 된다"며 "지금 상황에서 표준감사시간 모형을 또 다시 건드리는 것은 서로 치킨게임을 하자는 뜻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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