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세수는 사실상 긴축정책"…추경편성론 힘 실리나

세종=정원석 기자
입력 2019.02.08 16:28 수정 2019.02.08 17:44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확장적 재정정책 주문

작년 초과세수(계획보다 더 많이 걷힌 세금 규모)가 사상최대인 25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세수 추계 오류로 발생하는 초과세수는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민간 자금을 수축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금이 걷힌 것 이상으로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데,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반감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추경으로 재정지출을 늘려야 초과세수로 인한 민간자금 수축이 보완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추경 편성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올해 본예산 집행이 시작됐기 때문에 추경 편성을 거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실적으로 추경 편성을 위해서는 적자국채 발행을 늘려야 한다는 점도 추경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8일 정부가 발표한 ‘2018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293조6000억원으로 2018년 예산안에 반영된 세입예산 268조1000억원에 비해 25조4000억원 초과징수 됐다. 이로인해 정부의 총세입은 예산안 대비 13조7000억원 초과한 385조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총세출은 2018년 예산액(371조3000억원)과 전년도 이월액(4조9000억원) 등을 합친 예산현액 376조5000억원 중 364조5000억원(96.8%)으로 집계됐다. 쓰지 않고 남은 16조5000억원 가량이 결산 상 잉여금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가운데),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제민 부의장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문 대통령에게 주문했다. /연합뉴스.
이 같은 결산 결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결과적으로 긴축정책을 펼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금을 거둔 것 이상으로 정부 지출을 해야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는 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결산상 흑자는 거시 경제 측면으로 보면 시중 자금을 정부가 빨아들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GDP(국내총생산) 통계에서도 소비지출과 총자본형성에 대한 정부 기여도는 눈에 띄게 낮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최종소비지출의 성장기여도 1.6%포인트(p) 중 정부 기여도는 0.6%p로 민간기여도(1.0%p)의 절반 수준이었다. 민간의 건설·설비투자 부진으로 총자본형성의 성장기여도가 -0.5%p로 뚝 떨어지는데도 정부 지출 기여도는 0%p였다. 정부 재정지출이 민간투자 부진을 완충하는 역할을 전혀 못했다는 의미다.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초과세수)이 시중자금을 정부쪽으로 빨아들이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정부 재정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진 것"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진단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경 편성을 통해 재정의 성장기여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대표적인 추경 편성론자다. 그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에서 "공무원들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너무 강하다"면서 "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 재정을 긴축해온 측면이 있는데 올해 확장적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측 인사들은 추경 편성 주장이 나오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추경 편성 계획을 묻는 질문에 "상반기, 특히 1분기에 재정 조기 집행을 압박감 있게 진행하려 한다. 지금은 1월이어서 추경을 어찌할지는 아직 고민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올해 본예산 집행이 시작된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 여론이 고조되는 것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재원 조달 방안이 마땅치 않은 것도 추경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예산을 모두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은 13조2000원으로 2007년(15조3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이중 특별회계 잉여금(2조5000억원)을 제외한 일반회계 잉여금 10조7000억원이 추경 재원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세계잉여금 대부분이 지방교부세 정산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세계잉여금은 가장 우선적으로 지방교부금 정산 등으로 지방자치단체 등에 배분되도록 하고 있다. 초과세수분의 40%를 지방에 교부하도록 한 규정을 적용하면 10조5000억원 가량이 지방으로 분배된다. 초과세수가 고스란히 세계잉여금 등으로 넘어왔다면 약 3조원 가량을 추경재원으로 투입할 수 있었지만, 적자국채 상환과 유류세 인하 조치 등으로 추경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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