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공화국]① "새 원전 건설은 더이상 없다"

안상희 기자
입력 2019.01.14 06:00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지난해 원전 가동률이 급락하고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영국 원전사업 참여 등 해외 원전 수출도 차질을 빚었다. 지난 여름엔 100년만의 폭염으로 냉방기 가동이 급증하면서 전력 예비율이 위험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요금을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원자력계는 원전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해 탈원전 정책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지만, 정부는 듣지 않고 있다. 지난해 [탈원전 갈등] 시리즈에 이어 새해에는 [탈원전 공화국] 시리즈를 통해 탈원전 정책을 진단한다.


지난 11일 '2019 원자력계 신년인사회' 행사장.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 대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사에 나선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과거처럼 정부가 4기의 원전을 (건설을 업계에) 던져주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정 사장의 발언을 듣고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새해 원자력 정부의 급속한 탈원전 정책에 변화가 있기를 희망했지만, 정 사장의 발언에 무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한 참석자는 "정 사장이 말한 ‘4기의 원전’은 한수원이 사업 진행을 중단한 신한울 3·4호기와 사업을 백지화한 천지 1·2호기로 이해된다"며 "정재훈 사장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업계의 간절한 염원에 화답하지 않고 오히려 희망을 꺾었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새 원전 설립계획을 세울 의무가 있는 한수원 사장이 새해 인사말로 덕담은 커녕 더이상 신규 원전 건설 일감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주관한 ‘2019 신년인사회’에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자 산업회의 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안상희 기자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정부 방침에 따라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천지 1·2호기 사업 백지화를 결정했다. 또 이미 건설을 시작한 신한울 3·4호기는 건설을 중단했다. 신한울 원전은 주기기를 구매하는 등 건설이 상당부분 진척된 상태에서 멈춘 것이다. 한수원은 이미 진행된 공사와 관련해 두산중공업 등 기업들과 보상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고있다.

지난해 원자력 산업계는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으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원전 사업 비중이 20%가 넘는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사장이 취임 9개월만에 사퇴했다. 두산중공업은 임원 30명을 해임하고 직원 200여명을 다른 계열사로 보냈다. 또 과장급 이상 2300여명을 대상으로 2개월씩 유급휴직을 실시 중이다.

원전 업계의 실적부진은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신규원전 건설 대신) 원전 유지·보수와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날 신년사에 대해 "원전 시장에서 너무 발전 부문에 매몰되지 말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학계에 원자력 발전 외에 방사선 바이오, 방사선 의료기기 등 비발전 분야도 많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국내는 원전을 유지·보수하는 방향으로 가고 해외사업은 원전건설 수출은 물론 규모가 큰 유지보수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며 "유지·보수 시장에서 더 큰 시장을 개척할 수 있어 해외로 뛰어나가자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정 사장의 발언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자국내에서 원전건설을 안하겠다고 선언한 국가에 누가 원전 건설과 유지보수를 맡기겠느냐"면서 "발전소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전면적인 사업을 국내에서 활발히 해야 수출도 증대되고 원전 유지·보수도 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수원이 지난해 6월 딜로이트컨설팅에 발주한 용역 보고서는 "정부의 정책 변화로 2016년 25기였던 국내 원전은 2031년 18기로 줄어든다"면서 "부품 생태계의 활력이 저하되고 원전 안전운영과 정비·보수의 신속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40년 이상의 운영 경험과 기술이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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