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대사업자 저리대출 폐지... 다주택자 전방위 압박

송기영 기자
입력 2019.01.11 06:00
정부가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저리로 대출해주던 상품을 이달말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 기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정부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는데, 이번에 대출상품까지 없애는 것이다. 민간임대시장이 위축되면 1인 가구 또는 청년층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취급하던 민간임대주택매입자금 대출 상품을 이달말 종료하기로 했다. 이 상품을 위탁해서 판매하던 우리은행(000030)은 이달말까지 접수된 대출까지만 집행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도곡동 일대 아파트 단지./조선일보DB
민간임대주택매입자금 대출은 임대를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 또는 일반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매입 비용을 대출하는 제도다. 박근혜 정부가 2013년 주택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해 출시했다. 출시 초기에는 실적이 저조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의 민간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정책을 시행하고 최근 집값도 급등하면서 대출액이 크게 늘었다. 이 상품의 지원규모는 2016년 470억원에서 2017년 1087억원, 지난해 7월까지 1185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매입자금 대출은 금리(장기민간임대주택 기준 연 2.2~3.0%)가 시중은행보다 낮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도 적용받지 않다보니 일부 임대사업자들은 이 상품으로 주택 수십채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부 기금이 다주택자의 주택 마련 쌈짓돈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지구와 투기과열지구에 한해 이 상품의 취급을 금지한 바 있다.

공사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때는 민간임대사업자를 늘려야 한다고 해서 상품을 출시했는데, 문재인 정부들어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정부 기금으로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임대사업자들이 이 상품으로 주택 수십채를 구매한다는 지적도 나와 올해부터 대출을 중단하게 됐다"고 했다.

정부는 최근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12월 다주택자를 건전한 민간임대사업자로 유도한다는 취지로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임대사업자에 주어지는 혜택이 부동산 투기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일자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발표 때 새로 집을 사서 등록하는 임대주택의 세제 혜택을 대폭 줄였다.

지난 9일엔 등록 임대사업자가 의무임대기간을 지키지 않고 등록 임대사업자가 아닌 사람에게 집을 팔거나 본인이 직접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등록 임대주택 관리 강화 방안’도 발표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당근은 줄이고 채찍은 강화하는 것이다. 민간임대주택매입자금 대출 폐지도 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가 민간임대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팀장은 "임대사업자들의 혜택이 줄어들면 그만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줄여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민간임대주택의 순기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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