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급 고용참사…민간 일자리 날린 ‘일자리 정부’

세종=조귀동 기자
입력 2019.01.09 11:31 수정 2019.01.09 14:32
공공·국방 등 제외한 ‘민간 일자리’, 2009년 이후 첫 감소
제조업 구조조정·최저임금 인상·주택경기 부진 '3각 파도'

2018년 일자리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전체 취업자에서 공공행정·국방 및 농림어업 취업자를 제외한 ‘비농업 민간 일자리’다. 2016년 23만9000개, 2017년 25만6000개 늘었던(각각 전년대비) 비농업 민간 일자리는 2018년 1만6000개 감소했다. 비농업 민간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4만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전체 일자리는 2017년보다 9만7000개 늘었지만, 민간 부문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일자리 숫자가 아예 줄어든 것이다. 전체 일자리 증가폭도 2017년(2016년 대비 31만6000개 증가)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18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연간 취업자수 증가폭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작았다. 취업자수를 1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고용률은 60.7%로 2017년(60.8%)보다 0.1%포인트(p) 하락했다. 비농업 고용률(60.0%)의 하락폭은 0.2%p였다. 인구 고령화와 노동 시장에 유입되는 청년 인구 급감으로 인한 취업자수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노동시장 형편이 나빠진 것이다. 통계청은 인구 요인으로 인한 취업자수 감소 영향을 4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2016년 조선업, 2018년엔 자동차 제조업 일자리 감소

지난달 ‘고용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된 일자리 사정은 2019년에도 나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제조업 일자리다. 12월 제조업 취업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7만2000명 줄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17년 1월(-17만명)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12월만 떼어놓고 보면 2009년 12월(-3만4000명)보다 더 나쁘다. 9차 표준산업분류가 적용된 2005년 이후 최악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 취업자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의 경우 2016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구조조정 이후 취업자수 감소세가 멈추기까지 13~18개월 정도가 걸렸다. 이를 감안하면 자동차 산업 일자리 감소세는 2019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섬유 등 경공업 상황도 좋지 않다. 12월 여성 제조업 취업자도 전년 동기 대비 6만4000명 줄었다. 2018년 3월 이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숙박 및 음식점업,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의 취업자 감소세는 지속됐다. 지난달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는 1년전보다 4만30000명 줄었다. 전년동월대비 10만1000명 감소한 지난해 10월보다는 덜하지만 2017년 12월 감소폭(5만8000명)이 이전보다 2만명 이상 늘었던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일자리 소멸이 진행 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 취업자도 지난달 1만5000명 줄었다. 도매 및 소매업 취업자도 6만3000명 줄어 2017년 12월 이후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2018년 10월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력 시장에서 한 남성이 전단지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주택을 중심으로 한 건설 경기 위축 영향도 심각하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증가폭은 3만5000명으로 같은 해 7~11월 평균(5만4000명)보다 2만명 가량 적다. 부동산 및 임대업 취업자는 7만3000명 줄어 작년 1월부터 계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빈 과장은 "건설 경기 위축으로 관련 취업자수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전체로는 제조업 취업자가 2017년보다 5만6000명 줄었다. 도매 및 소매업은 7만2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은 4만5000명,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은 6만3000명 각각 줄었다. 반면 공공행정·국방은 5만2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12만5000명 증가했다. 농립어업 취업자도 6만2000명 늘었다. 큰 폭으로 줄어든 민간 일자리를 정부 재정이 투입된 공공·사회복지 일자리나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농림어업 일자리가 메운 형국이다.


◇30~50대 남성·블루칼라·중고졸 일자리 감소

일자리 소멸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입은 계층은 30~50대 남성, 블루칼라(작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고졸(中·高卒) 등이었다. 대졸 화이트칼라(사무직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일자리 형편이 나았다.

남녀 연령별로 지난해 고용률 변화를 나눠 보면 50대 남성(86.9%) 고용률이 2017년보다 0.8%p 내려갔다. 40대 남성(91.9%)은 0.7%p, 30대 남성(89.7%)은 0.5%p 각각 내려갔다. 여성 고용률은 40대(65.7%)는 0.3%p 줄었지만 30대(60.7%)는 1.3%p, 50대(63.5%)는 0.6%p 늘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일자리를 잃은 가장(家長)들이 대거 늘어나고,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 여성이 늘었다는 얘기다. 사회복지 일자리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의 공공 일자리 확대 정책이 결국 여성 일자리 위주로 편중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블루칼라 일자리도 큰 폭으로 줄었다. 직업별로 취업자를 나눴을 때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는 2017년보다 7만2000명 줄어들었다. 2017년(2016년보다 2만4000명 감소)보다 감소폭이 4만8000명 커진 것이다. 단순노무종사자는 5만명 감소했다. 단순노무종사자는 2017년에 9만3000명 늘어났었다. 기능원 및 관련 기능종사자도 3만8000명 줄었다. 반대로 사무종사자는 9만8000명, 관리자는 9만7000명 각각 증가했다.

2018년 실업자는 107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5만명 늘어났다. 교육 정도별로 따지면 중졸 이하는 1만8000명, 고졸은 3만7000명 늘었다. 대졸 이상은 4000명 감소했다. 고졸 이하 계층이 집중적으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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