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주도 소주특위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나홀로 고임금’ 막아야”

세종=조귀동 기자
입력 2018.11.13 17:00
"소수 정규직만 혜택 받는 노동시장 구조 남유럽과 유사"
勞, "大·中企 연대임금은 노사자율로, 연공급제는 과거 저임금 보상 차원"


"우리나라 경영계에서도 ‘나 홀로 고임금’에 대한 내부 비판을 강화하면서, 업종별 협회 등의 공간을 활용하여 임금에 대한 조정을 시도하고 확산해야 한다"(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위원장을 맡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지나친 고임금을 어떻게 억제해야 할 지를 화두로 던졌다. 원청업체의 우월적 지위와 연공서열제로 이중으로 보호받는 대기업 근로자들의 특권적 지위를 깨뜨리지 않고서는 중소기업 근로자들과의 임금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함께 13일 서울 서린동 서울글로벌센터에서 ‘노동시장 격차 완화와 소득주도 성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지난 9월 출범한 뒤 두 번째로 개최한 토론회다.

10월 첫 토론회는 '한국경제의 현 주소와 소득주도성장'이 주제였다. 이번 토론회는 청와대, 더불어민주당과 노동계와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고임금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1부 시장’과 저임금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의 ‘2부 시장’으로 나뉜 한국 노동시장 문제를 다루어 주목을 받아왔다. 홍장표 위원장은 "노동시장 내 소득 격차 완화 방안은 소득주도성장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13일 공동 개최한 ‘노동시장 격차 완화와 소득주도성장’ 토론회에서 노동문제 전문가들과 노동계, 경영계 관계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기업 근로자들의 고임금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한국 근로자의 임금 불평등에서 대기업-중소기업의 사업체 규모 요인은 22.0%이고 근속연수 차이가 20.3%를 설명한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결국 원하청 업체의 수익성 문제에서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조 본부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 가운데 상당 분은 상여금 등 특별급여 차이 때문"이라며 "하청업체 수익성이 일정 수준 이하로 억눌린 상황에서, 대기업 수익성만 높아지는 현상이 고스란히 근로자 임금 격차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문제에 대한 정책 처방으로 조 본부장은 중소기업 생산성을 함께 제고하는 원하청 공동혁신과 함께 원청과 하청업체 근로자 임금 상승률을 같게 하는 연대임금 도입을 제시했다. 연대임금은 산업별로 산업계 대표와 산별노조가 임금 수준을 교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 본부장은 "토요타 자동차의 경우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해에도 임금상승률을 낮게 유지하는 데 1970년대 일본 경영계가 고율의 임금 인상이 다른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왔기 때문"이라며 "일본과 같이 사용자들 사이의 조정행동을 통해 임금 격차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을 자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 정규직 노동자처럼 원청 업체 성과를 억대 연봉으로 몰아서 받는 근로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는 연공서열제로 인한 근속연수별 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한국의 근로자 임금 구조는 소수의 고임금 정규직과 다수의 저임금 비정규직 사이의 분절이 심해진 일종의 ‘남유럽형 사회모델’과 비슷한 형태를 띄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핵심 문제를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을 높여주는 연공급-호봉급 제도를 꼽았다. 그는 "현재 연공급 임금 체계는 근속 연수에 따라 인건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형태라 신규 채용 감소, 비정규직 확대 및 고용 외주화, 고령자 조기퇴직 유도 등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는 "연공급을 채택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연공에 따른 임금 상승 폭은 한국보다 아주 약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 정규직 고용 보호는 강하지만 연공성이 약하고 근로자 생산성에 따른 임금 격차는 상당한 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 교수는 "직무급제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속연수가 아닌 근로자가 실제 하는 일에 따라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임금을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명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광주형 일자리를 소개했다. 박 전문위원은 "양극화 극복과 격차 회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은 "완성차 업체에서 낮은 생산성과, 이를 도외시한 경직된 임금구조, 갈등적 담합관계에 매몰된 노사관계, 원하청 업체의 극심한 임금 격차 등으로 국내 신규 투자는 멈춰있고 일자리 창출 기회도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노동계 인사들은 발표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연대임금은 관(官) 주도가 아니라 노사간의 자율적인 협상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며 연대임금제가 거론되는 데 거부감을 보였다. 연공급제를 없애자는 정승국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산업화 시절엔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임금을 올려줄 테니 낮은 임금도 참으라고 하더니 이제 임금이 높아지니 직무급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실장은 "현대차 임원들이 30억이 넘는 급여를 받는 데 그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대기업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양보를 강요하는 것보다 노사공동기금을 조성하거나 사회보험을 강화해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혜택이 가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공급제는 사회복지 혜택이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역사적 맥락이 있다"며 "임금체계 개편은 장기적인 과제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장표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노동조합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 노조와 함께하지 않고 소득주도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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