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흥미로운 혁신" "이게 스마트폰의 미래다"

박순찬 기자
입력 2018.11.09 03:08

삼성 폴더블폰 화면 先공개에 세계 언론·IT매체들 호평
지난달 中 업체의 완제품 출시때 차가웠던 반응과 180도 달라

"마침내 선보입니다(It's finally here)."

7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대회(SDC). 저스틴 데니슨 미국법인 상무가 양복 품에서 까만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을 꺼내 들자 5000여 청중 사이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세계 1위 스마트폰 기업 삼성전자가 내년 출시할 폴더블폰의 화면과 UI(사용자환경)를 선(先)공개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의 '폴더블 경쟁'에 불을 붙였다.

구글의 글렌 머피 안드로이드 사용자경험(UX) 총괄이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대회에서 폴더블폰의 활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날 삼성은 시(試)제품도 아니고 단지 '접히는 화면'을 검은색 스마트폰 케이스에 장착해 펼쳐 보이며 어떻게 구동되는지 보여줬을 뿐인데도 외신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영국 BBC는 "마침내 스마트폰 시장에 흥미로운 혁신이 나타났다"고 했고, 미국 IT(정보기술) 전문매체 더 버지는 "폴더블폰의 미래가 여기 있다"고 평했다. 지난달 중국의 로욜이란 신생 업체가 완(完)제품을 출시하며 '세계 최초 폴더블폰'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정작 시장 반응이 차가웠던 것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돼 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시장을 견인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구글, 폴더블폰 시장 개척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콘셉트(concept)가 호평을 받은 것은 제조사들의 소프트웨어(SW) 고민을 매끄럽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현재 수십만 번을 접어도 문제없는 화면 기술은 이미 대부분 업체가 보유하고 있다. 관건은 이걸 어떤 방식으로 접고, 어떤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느냐인데 애플·화웨이와 같은 메이저 업체들도 선뜻 해답을 제시하지 못해왔다.

삼성전자 저스틴 데니슨 상무가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대회에서 내년 출시할 폴더블폰 화면을 선보이고 있다. 접으면 4.6인치 화면의 스마트폰, 펼치면 7.3인치 태블릿PC처럼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삼성은 스마트폰 수준의 콤팩트한 크기에, 제품을 수첩처럼 안으로 접을 수 있게 만들었다. 큰 화면도 한 손으로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고 다양한 방향으로 사용해도 매끄럽게 화면이 전환된다. 또 화면을 3분할해 인터넷 검색, 동영상 시청, 메신저 확인과 같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은 내년 1~2월 중 제품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날 공개행사에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사용자경험(UX) 담당자인 글렌 머피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머피는 "삼성 갤럭시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꾸준히 협업해 한계를 넘으려 한다"면서 "안드로이드는 삼성의 폴더블폰을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다. 구글이 삼성전자와 함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듯 폴더블폰 시장도 함께 개척하겠다는 의미다. 뉴스앱 업체인 플립보드는 폴더블폰에 최적화된 뉴스 앱을 선보이고 제품을 접었을 때와 펼쳤을 때 달라지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날 제품 발표가 끝난 뒤 열린 폴더블폰 관련 세션(session)에는 개발자 수백 명이 몰려 '화면이 여러 개인데 배터리 소모는 괜찮으냐' '카메라는 어디에 몇 개나 달리느냐'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앱, 부품·소재 시장도 들썩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업체인 중국 화웨이도 조만간 폴더블폰을 공개할 전망이다. 화웨이는 이미 "내년 중반에 5G(5세대 이동통신) 폴더블폰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LG전자도 내년 1월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에서 폴더블폰을 공개하고 내년 중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샤오미·오포와 같은 중국 업체들도 내년 제품 출시가 예상된다. 다만 애플의 시장 합류는 2020년 이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세계 폴더블폰 시장이 내년 320만 대에서 2022년 5010만 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폴더블폰의 등장은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과 부품·소재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화면에서 앱을 동시에 구동할 수 있기 때문에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의 기세에 가려졌던 다양한 앱이 다시금 각광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품·소재 업체들도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됐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제품 안 혹은 바깥으로 접는 폴더블 방식을 비롯해 둘둘 마는 롤러블(rollable) 화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폴더블폰용 고용량 배터리 개발도 치열하다. NH투자증권 이규하 연구원은 "앞으로 폴더블폰의 두께를 더 얇게 하면서도 유연성과 내구성을 향상시키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며 "소재·부품 기업들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B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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