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ABC를 '한국 동영상'으로 배웁니다

이기문 기자
입력 2018.11.09 03:08

37조원 규모 中 온라인교육 시장
한국 교육업체들·스타트업, 영어 콘텐츠 잇따라 수출

중국 온라인 교육(이러닝·E-learning)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국내 교육 업체들에 콘텐츠 중국 수출 바람이 불고 있다.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산아 제한 정책이 누그러지면서 중국 온라인 교육 시장은 연 20%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 매체 중국산업정보망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교육 이용자는 지난해 1억명을 넘어섰고 올해 시장 규모도 국내의 10배 안팎인 2321억위안(약 3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조기 교육 열풍으로 어린이·청소년 대상 영어 교육이 각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교육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자사의 교육 콘텐츠를 중국 온라인 교육 업체들에 공급하면서 세계 최대 교육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14년 온라인 교육 업체 메가스터디가 중국 진출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했지만, 지금은 중국 현지 기업에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국내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교육 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중국에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 교육 콘텐츠 속속 수출

중견 영어 교육 콘텐츠 업체 이퓨쳐는 지난해 중국 온라인 교육 업체 이치줘예망(17 Zuoye)에 이어 올해 토크웹 등 기업 4곳에 자사의 영어 교육 동영상 콘텐츠 800여 종을 공급하고 있다. 콘텐츠를 구매한 중국 기업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서비스로 수천만 현지 회원을 보유한 업체들이다. 이치줘예망은 스마트폰 메신저 위챗을 통한 동영상 강의를 회원 5000만명에게 서비스하고 있고, 토크앱이 운영하는 바오베이구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공부할 수 있는 앱(응용 프로그램) 서비스를 1800만명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퓨쳐 이기현 부사장은 "중국 지방 중소 도시는 대도시에 비해 학원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온라인 교육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치줘예망 계약 후 6개월간 7만달러 수익을 냈으며, 콘텐츠 공급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교육도 중국 교육업체 신동방·타임조이에 어린이용 영어 교육 동영상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태블릿PC를 통해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비상교육 관계자는 "지난 2월 타임조이와 계약금 1000만위안(약 16억1000만원)에 수강생별 별도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수출 계약을 했다"며 "동남아 시장과 중동·남미 수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스타트업 아이포트폴리오는 지난해 신동방에 영어 교육 동영상 콘텐츠를 납품한 데 이어, 현재 모바일 메신저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를 중국 시장에 가져가 현지 학원을 여는 경우도 있다. 영어 학원 업체 청담러닝은 지난 7월 중국 교육업체 온리에듀케이션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영어 교육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올해 회사를 세우고 내년 상하이를 중심으로 학원을 20곳 열 예정이다. 청담러닝은 향후 온라인 교육 시장에 진출해 영어 교육 콘텐츠 사업을 한다는 구상이다.

영미권 국가보다 콘텐츠 경쟁력 우위, 단순 수출 한계도

중국 내에서 한국 업체들의 영어 교육 콘텐츠가 영미권 교육업체들보다 오히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콘텐츠를 사들여 중국 교육업체들에 공급하는 이엘티맥스 대표 개빈 첸은 “중국에서도 처음엔 옥스퍼드·케임브리지 출판사에서 발행한 영어 교재를 썼지만 이젠 한국 영어 교재가 더 보기 쉽고 재미가 있다는 평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 교육 콘텐츠의 경쟁력이 뛰어난 데다 같은 동양권 사용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정보 기술(IT)을 접목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동영상 위주로 콘텐츠를 제작한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활용해 묻고 답하는 쌍방향 동영상 콘텐츠가 많은 것도 강점이다. 중국 온라인 교육으로 지난해 10억원 매출을 올린 교육업체 휴넷 조영탁 대표는 “앞으로 중국에서 가상현실(VR) 콘텐츠를 활용한 차세대 교육 콘텐츠를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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