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1조원 규모 영국 원전사업 참여 무산

설성인 기자
입력 2018.11.08 16:20
도시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권 가진 자회사 ‘뉴젠' 청산

일본 도시바가 8일(현지시각) 150억파운드(약 21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원자력발전)사업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 ‘뉴젠’을 청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뉴젠 지분 100%를 인수해 영국 원전 사업에 참여하려했던 한국전력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영국 원전 사업권 확보를 위해 영국 정부와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도시바는 지난해 말 한국전력을 뉴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국내 원자력업계에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두번째 원전 수출 기대감을 줬다.

하지만 한국 정부·한전과 영국 정부간에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방식을 놓고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고, 올 7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자 원전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도시바는 결국 뉴젠의 새로운 인수자를 찾지 못한 것은 물론 한전에도 뉴젠을 넘기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뉴젠이 청산될 경우 뉴젠이 보유한 원전 사업권이 영국 정부에 반환될 가능성이 크다"며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무어사이드 사업에서 한·영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언제 원전 사업을 재개할지, 우리가 사업권을 다시 따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 원자력업계의 분석이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 조감도./뉴젠 홈페이지
◇ 도시바, 매각 안되자 뉴젠 청산…한·영, 사업방식 놓고 이견

원전 부문에서 7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도시바는 해외 원전건설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방침에 따라 뉴젠 매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여러 기업과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2018 회계연도(내년 3월 말까지) 내 매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도시바는 뉴젠을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추가비용을 고려할 때 청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청산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도시바는 내년 1월 말까지 청산 절차에 착수할 것이며, 영국법에 따라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한전이 뉴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때만 해도 중국 국영 원전 기업 광허그룹을 제치고 영국 무어사이드에 한국형 원전(APR 1400) 3기를 건설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조환익 전 한전 사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물러났고, 한전 최고경영자(CEO)가 4개월간 공석이어서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한국 정부·한전과 영국 정부간에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였는데, UAE 원전 수출의 경우 UAE 정부가 건설비 전액을 부담하는 방식이나 무어사이드는 사업자가 건설 비용을 모두 부담한 다음 30년간 영국에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우리 정부와 한전은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고 리스크가 존재하는 수십조원 규모의 해외 원전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 ‘브렉시트’도 영향…산업부 "영국, 원전 추진의지 강력"

산업부는 "영국 정부의 무어사이드 신규 원전 사업 추진의지는 강력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도시바와 영국 정부의 상황으로 현재로서는 불가피하게 한전의 뉴젠 인수가 어려워졌으나, 한·영 양국이 무어사이드 사업에 대해 공동실무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렉 클라크 장관(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이 앵글시(일본 히타치 소유) 또는 무어사이드 지분 인수를 영국 정부에 제안했다"면서 "영국 정부 입장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대내외 사업 환경이 변화한 가운데) 해외 정부·사업자에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한 것이 뉴젠을 청산에 이르게 했다"고 전했다.

국내 원자력 산업계는 한국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라 영국 무어사이드 사업에 기대감이 컸다. 해외에서 일감을 따내야 산업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젠 인수가 물 건너감에 따라 현재로선 영국 원전 사업이 불투명해졌고, 향후 수주 가능성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해외 국가 원전 입찰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어 국내 원자력 산업계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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