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삼성·LG전자가 실리콘밸리 떠나 캐나다서 AI 둥지 튼 이유는

황민규 기자
입력 2018.10.19 17:43
인공지능(AI) 기술 확보에 '올인'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가 올해 나란히 캐나다에 새로운 AI 연구센터를 설립했습니다. 구글이나 애플 등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는 글로벌 IT 기업들과 달리 하드웨어 기반의 삼성, LG전자의 경우 독자적인 AI 플랫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AI 연구 거점을 마련해 인재와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입니다.

우선 두 회사가 일제히 연구거점으로 선택한 곳이 캐나다라는 점에 주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토론토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한 바 있으며 이번에 삼성은 몬트리올 지역에도 새롭게 AI 센터를 추가 설립했습니다. 왜 두 회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포진한 미국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캐나다로 향했을까요?

삼성전자의 몬트리올 AI 센터(위)와 LG전자의 토론토 AI 리서치랩. /각사 제공
◇ 실리콘밸리를 제치고 급부상한 AI의 메카

우선 두 회사가 캐나다 지역에 AI 싱크탱크를 설립한 가장 큰 배경은 현재 캐나다가 AI와 관련해 가장 높은 잠재력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딥러닝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제프리 힌튼 교수가 토론토 대학에 재직 중이며 두 회사 모두 토론토대와 연구 협력을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토론토가 위치한 온타리오주는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큰 정보통신기술(ICT) 거점이기도 합니다. 매년 과학, 수학, 이공계에서 연간 4만명에 달하는 대학교 졸업생이 배출되는 등 인재풀도 충분합니다. 자본 접근성도 좋은 편입니다. 북미 전체에서 벤처캐피탈 규모만 보면 실리콘밸리, 뉴욕 등에 이어 토론토가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캐나다 정부 차원에서 토론토, 몬트리올 등을 글로벌 AI 메카로 키우기 위한 각종 세제 혜택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평가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온타리오주의 경우 기업이 R&D에 투자할 때 전체 투자금액의 50~60% 수준에 대해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AI는 아직 무주공산…원천기술을 확보하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연구소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걸까요. 우선 두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AI에 기반한 음성, 영상, 생체인식 등의 혁신 기술입니다. 그동안 두 회사가 제품의 사양을 차별화하는 하드웨어 경쟁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측면에서의 혁신을 고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기술 전시회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CES 행사의 주인공 대접을 받았던 구글이 현장에서 전시한 기술은 사실 그리 대단하다고 볼 수 없는 음성 인식 기반의 서비스였습니다. 단순히 사람의 음성을 인식해 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의 AI 비서였던 셈입니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에 광범위하게 자리잡은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결과적으로 구글 어시스턴트가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가전 기업들에 이식되며 가장 지배적인 AI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씽큐'라는 자체 AI 브랜드를 가진 LG전자조차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병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삼성전자, LG전자가 AI 분야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의미하면서도 동시에 아직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을 인간이 하늘을 나는 과정으로 비유한다면, 현재의 기술 수준은 언덕에 올라가 가짜 날개를 달고 올라가서 점프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며 "AI 분야에서의 기술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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