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셰프들의 5가지 비법, 제주 동네 식당 살렸네

제주=안소영 기자
입력 2018.10.11 14:48
경기불황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는 외식업체가 많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한 식당들이 있다. 바로 맛있는 제주 프로젝트에 참여한 21개의 음식점들이다.

맛있는 제주만들기(이하 맛제주)는 호텔신라가 제주도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조리법·손님 응대 서비스 등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캠페인이다. 호텔신라 주방장(셰프)이 주변 상권분석과 설문조사, 벤치마킹 등을 통해 개선점을 찾아준다. 현재 21호점까지 있는 맛제주 식당들은 셰프들의 컨설팅 이후, 매출이 적게는 3~4배에서 많게는 10배 늘었다.

매출이 늘어난 비결은 뭘까. 박영준 제주호텔신라 셰프는 "장사가 안된다고 메뉴 전체를 바꾸어버리거나 아예 문을 닫고 새로운 메뉴로 문을 열면 안된다"며 "맛, 서비스, 위생 등 문제점을 분석하고 수정해야 실수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했다.

① 메뉴를 구조조정하라

맛제주 셰프들이 영세 음식점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은 음식점 메뉴다. 고객이 많이 찾는 메뉴는 차별화를 위해 개선하고, 판매 저조 메뉴는 과감하게 없앤다.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호텔신라 주방장들은 자신있는 메뉴 한두가지로 시작을 하고 정상궤도에 올랐을 때 그때 추가적으로 메뉴를 더하는 것을 추천했다. 메뉴만 늘리면 식재료만 쌓여 맛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성할망식당’은 기존에는 국밥만 집중 판매하다, 여름에 판매가 저조한 점을 고려해 비빔국수를, 저녁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흑돼지 볶음을 추가했다.

다른 20명의 맛제주 영업주들도 최소 1~2가지에서 최대 5개 이하를 팔고 있다. 박정미 신성할망식당 사장은 "국밥도 두가지 맛으로 나눴고, 시간별·계절 인기메뉴를 파악해 메뉴를 추가했더니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주메뉴뿐만 아니라 밑반찬도 신경써야 한다. 맛제주 영업주들은 밑반찬도 저울, 개량 스푼을 이용해 정량화하고, 순서를 맞춰 요리를 하고 있다. 지역 특산물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쉐린 3스타 셰프인 프랑스의 자크 마카롱은 지난 6월 진미네식당을 방문해 주메뉴보다 제주전통 된장냉국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② 음식 재료·가격 중요...재료비 30% 넘지 말아야

맛제주 선정 영업주들은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가계부도 제대로 쓰기 시작했다. 그간 전체 매출이 높지 않아 가계부를 쓰지 않았지만, 가격 분석을 위해 이를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음식 가격을 결정하지 말고, 재료비가 30%를 넘지 않게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비용이 가격의 30%를 넘는 상품은 고객유인용으로 한정판매를 하는 것이 좋다. 맛제주 21호점인 ‘엄블랑디’는 왕갈비 짬뽕을 한정 판매하고 있다. 소고기 육수에 바지락, 홍합, 황게, 딱새우 등 풍부한 해산물과 각종 채소를 넣은데다 왕갈비가 올려져 다소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맛있는제주 21호점 엄블랑디의 왕갈비짬뽕
③ 좋은 서비스는 필수...고객에게 집중하라

손님이 찾는 가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서비스도 필수다. 셰프들은 "장사가 안된다고 해서 집에서 바로 나온듯한 모습으로 고객응대를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영업주들도 옷과 머리를 말끔하게 가꾸어야 고객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맛제주 영업주들은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영업 시작 전 밝은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영업시간 준수 등 고객과의 약속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반드시 지키고 있다.

서비스가 좋아지면 단골은 늘어난다. 홍명효 진미네식당 사장은 "음식을 서빙하면서 손님들을 기억하고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파악하고 챙기자 단골이 늘었다"며 "반찬이 떨어질 때쯤 먼저 채워주면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정미 사장도 "어두운 표정을 고치기 위해 영업 전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는데, 손님들도 밝은 기운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④ 위생을 챙겨라...앞치마·두건부터 화장실, 영업장까지 깔끔하게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화려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최선이다. 하지만 영세식당은 자본금이 부족해 리모델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도 영업장을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영업장 청소를 깔끔히해 음식비린내가 나지 않게 하거나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식이다.

박영준 셰프가 맛있는제주만들기 영업주에게 조리법을 알려주고 있다./ 호텔신라 제공
맛제주 영업주들은 앞치마, 두건까지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부 맛제주 식당들은 점포분위기도 환하게 바꾸고, 오픈 주방을 선보일 뿐 아니라 식기도 도자기 그릇으로 통일해 깔끔한 인상을 주고 있다.

⑤ 경쟁업체를 벤치마킹 하라

다른 음식점들을 찾아가 배우고 보완해가는 것도 중요하다. 박 셰프는 식당도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유명 음식점이나 특별메뉴가 있는 곳을 자주 다니면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라고 추천했다.

실제로 맛제주팀은 유명 맛집을 찾아서 살피는 방식을 통해 조리법, 트렌드 등 손님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찾았다. 흑돼지를 판매하던 9호점 해성도뚜리의 경우, 점심에도 고객을 유인할 수 있도록 퓨전음식 토마토짬뽕을 선보였다. 11호점은 순두부맛집을 벤치마킹해 수제 순두부 찌개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렌드에 맞춘 감귤 아구찜을 선보이고 있다.

박 셰프는 "다른 식당을 가보면 음식 맛을 개발시킬 방법도 보이고, 고객이 쓰기 편하거나 세련된 식기도 금세 눈에 들어온다"며 "테이블세팅과 음식맛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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