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6개월, 서민 일자리 月평균 11만개 날아갔다

이준우 기자
입력 2018.07.12 03:07

6월 고용지표도 '뚝뚝뚝'

취업자 증가 폭이 5개월째 10만명 선으로 주저앉아 '고용 쇼크'가 고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들인 에코 세대(1979~1992년생)가 매년 60만명 이상 고용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자리 재난 상황이라 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주력 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기업의 고용 창출력 저하에서 1차 원인을 찾지만,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친(親)노동 일변도 정책이 고용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소득층 일자리 줄었다

통계청이 내놓은 '6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도·소매업' '숙박 음식점업' 경비업을 포함하고 있는 '사업 시설 관리업' 등 세 업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월평균 11만명 줄었다. 도·소매업은 지난해 11월까지는 취업자 수가 꾸준히 증가했으나, 최저임금 인상을 눈앞에 둔 12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월평균 취업자 감소 폭이 6만2000명에 이른다. 숙박 음식업종과 사업 시설 관리업 역시 올 상반기 중 월평균 취업자 감소 폭이 2만4000명에 달했다.

도·소매업과 숙박 음식점업의 불황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논란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데 따른 내수 부진 영향을 일부 받은 측면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인 방문객은 179만명으로 2016년 같은 기간(306만명)보다 41.4% 감소했다. 정부는 이 업종들의 취업자 감소와 최저임금의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내놓은 '2018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도·소매업과 숙박 음식점업의 고용이 감소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정부가 저소득층 소득을 올리기 위해 내놓은 카드(최저임금 인상)가 오히려 저소득층이 주로 일하는 업종의 고용 감소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제조업 일자리도 계속 줄어

지난달 취업자가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은 제조업(-12만6000명)이었다. 제조업은 단일 산업으로선 가장 많은 근로자(전체 취업자의 16.5%)가 종사하고 있는 업종으로, 타 업종에 비해 상용직 근로자가 많아 '좋은 일자리'로 분류된다. 제조업 취업자가 10만명 넘게 줄어든 것은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가 계속되던 지난해 1월(-17만명)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제조업 고용 환경이 악화된 것은 한국GM, 성동조선 등 자동차·조선업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때문이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부문이 그나마 선전하고 있지만, 고용 인원이 많은 자동차와 조선업이 부진해지면서 제조업 종사자도 급격히 축소되는 형국이다.

올 하반기 제조업 전망도 부정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1일 발표한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 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제조업 경기 전망치는 87로 직전 분기(97)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3월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0.3%로,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수준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정부 정책의 초점이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혁신 성장의 성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찾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날씨 탓' 우기던 정부, 난감한 표정

그동안 정부는 고용 지표가 부진할 때마다 '날씨 탓'을 했다. 2월 늘어난 취업자가 10만4000명으로 급감했을 땐 '한파'를, 5월 취업자 증가가 7만2000명으로 떨어졌을 땐 '봄비'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호승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은 지난달 청와대 소셜미디어(SNS) 방송에 출연해 "고용 통계를 조사하는 5월 15일 전후로 꽤 많은 비가 내려 건설과 농업 일자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별다른 날씨 요인이 없었음에도 건설업 취업자 증가 수는 평소에 훨씬 못 미치는 1만명을, 농림 어업 취업자 증가는 전달보다 오히려 2만1000명 줄어든 4만1000명을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건설업은 날씨 요인은 완화됐으나, 건설 투자 축소 등으로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효과를 일으켰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4면
네이버구독하기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