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엇갈린 중고폰 시세 서비스…세금 낭비 vs 시세 기준 기대

안별 기자
입력 2018.07.12 06:30
10일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에게 중고폰 시세를 대략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중고폰 시세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시세를 제공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초이스의 ‘중고폰 시세조회’ 메뉴에서 중고폰 시세 확인이 가능하다. /조선DB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오전 9시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초이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중고폰 시세조회’ 메뉴를 선택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매월 둘째주·넷째주 월요일 직전 주간 시세를 반영해 업데이트한다. 정보 제공에 동의한 10개(대전모바일, 더줌, 비앤비행복한사람들, 슈가폰·참여예정, 착한텔레콤, 에코폰, GS 25 폰25, 체리폰, 폰바이폰·참여예정, 행복한 에코폰) 중고폰 업체 판매 가격의 평균 가격을 반영해 중고폰 모델·등급에 따라 볼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중고폰은 가격이 다양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일반적인 가격 수준을 알기 어려워 구매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소비자가 탐색 비용을 낮추고 중고폰 거래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고폰 업체 ‘착한텔레콤’의 박종일 대표는 “소비자들이 중고폰의 시세를 어느정도 알고 중고폰 거래에 응할 수 있으니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실제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는 출시 첫 날 흥행을 이뤘다. 10일 오후쯤 중고폰 시세를 확인하려는 이용자들이 스마트초이스 홈페이지에 몰려 서버 폭주로 접속이 어렵기도 했다.

10일부터 제공되는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 /스마트초이스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정부가 현실적인 중고폰 시장 환경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고폰 빅데이터 제공사 ‘유피엠’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거래된 중고폰은 1055만대로 1조7000억원 규모로 매년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에따라 이미 여러 중고폰 업체에서 중고폰 시세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나온 서비스를 정부가 내놓아봤자 세금만 낭비하는 격이지 차별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박희정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실장은 “(정부 서비스는) 사실 중고폰 시세를 확인하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고 이미 시중에 여러 곳에서 제공 중에 있는 서비스”라면서 “시세 가격과 실제 실물의 가격이 다를 경우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의 중고폰 시세와 ‘중고나라’에서 거래되는 실제 중고폰 가격의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중고나라는 회원수 2000만명 이상에 하루 평균 6만개 이상의 새 글이 올라오는 국내 최대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다.

10일 스마트초이스 홈페이지의 ‘갤럭시노트8’ 64GB 모델 평균가격. /스마트초이스 홈페이지 캡쳐
11일 기준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면 ‘갤럭시노트8’ 64기가바이트(GB) 모델의 평균 가격은 최고등급 73만4500원, 중간등급 70만4500원, 최저등급 64만9667원이다.

하지만 같은 날 중고나라에서는 중간등급의 갤럭시노트8 64GB 모델이 평균 48만원대에 거래된다. 최고등급도 55만원대다. 다른 중고폰 모델들도 비슷하다.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 평균가격보다 저렴하다.

물론 중고나라에서는 개인과 개인간의 거래라 사기 위험성도 존재하지만 20만원 차이는 너무 크다는 게 소비자들 반응이다.

회사원 A(31)씨는 “중고나라가 개인간의 거래라서 사기 위험성도 존재하지만 20만원 차이는 너무 큰 것 같다”며 “또 중고폰 업체한테 중고폰을 사더라도 나중에 고장난 걸 보장해주지도 않기 때문에 개인에게 사는 것과 별 다를 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2일 갤럭시노트8 64GB의 출고가는 99만8800원으로 인하됐다. 새 제품과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에서의 최고등급 가격이 약 25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새 제품은 휴대폰 판매점이나 대리점에서 6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최대 30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중고폰 최고등급 가격과 새 제품의 가격이 비슷해지는 셈이다.

실제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로 시세를 조회해본 소비자들은 좋은 서비스라는 칭찬도 했지만 시세 정보의 정확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자영업자 B(35)씨는 “중고나라에서 원하는 중고폰 모델을 검색하면 50만원인데 시세조회 서비스를 보면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며 “발품 조금만 팔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데 크게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고나라에서 ‘갤럭시노트8’ 64GB 모델의 중간등급 가격은 48만원이다. 사기이력 없이 수차례의 거래를 완료했다는 의미의 ‘열심회원’ 등급 회원이 올린 게시물. /중고나라 캡쳐
박종일 대표는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의 시세에는 중고폰 업자들의 사업 부가세와 인건비가 포함됐기 때문에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됐다”며 “중고나라는 개인 거래이기 때문에 해당 비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에서 시세를 확인해도 실물 구입이 어렵고, 발품을 팔면 서비스가 제공하는 시세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에 중고폰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매한 서비스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나의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중고폰은 상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며 “그걸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업체에서 얻는 정보의 평균이기 때문에 가격 선정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이 잘 조율하여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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