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발언 팩트체크 해보니...소득 하위 40% 근로자 평균 실질소득은 '감소'

세종=정원석 기자 세종=전성필 기자
입력 2018.06.01 14:02 수정 2018.06.01 17:59
“1분기 가구 소득 1분위(하위 20%) 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으로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지만,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생각한다.”

“통계를 보면 고용 시장내 고용된 근로자 임금이 크게 늘었다. 상용직도 많이 늘고 있고 근로자 가구 소득도 많이 증가했다. 이는 최저임금 증가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긍정 효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논란이 됐던 저소득층 소득 감소에 최저임금이 미친 영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이 무슨 통계를 근거로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는지 궁금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만 하더라도 “1분기 조사 결과 하위 20%(1분위)의 가계소득이 줄어 소득 분배가 악화된 것은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며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파급효과를 재점검해 보자고 했는데, 불과 이틀만에 최저임금 인상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신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더 분명한 것은 고용근로자들의 근로소득이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그 가운데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해 근로소득의 불평등이 개선됐다”면서 “근로자는 모든 분위에서 소득이 증가했으나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감소가 가구소득격차 확대의 중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근로자들의 근로소득 증가와 격차완화, 그리고 중산층 가구의 소득증가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라고 말했다.

◇ 모든 소득분위 근로소득 늘어났다? 물가 감안한 1·2분위 실질 소득은 마이너스

‘근로자와 비근로자 가구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득부문 가계동향 자료다. 지난 24일 통계청이 국가통계포털(KOSIS)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근로자 가구의 평균 근로소득은 485만4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4% 증가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대로 근로자 가구의 경우 소득 1~5분위 모두 근로소득이 증가했다.

하지만 근로자 가구의 소득분위별 근로소득 증가율 차이가 컸을 뿐 아니라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득으로 보면 1분위와 2분위의 실질소득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계층인 1분위와 2분위 가구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0.6%와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3분위는 5.2%, 4분위는 8.9%, 5분위는 16.0% 증가했다. 소득 수준이 높을 수록 근로소득 증가율이 가파르게 높아졌다. 특히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1.3%를 감안하면 1분위와 2분위 실질 소득은 감소했다. 1, 2분위는 오히려 실질적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명목소득 증가율이 1% 미만이라는 점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이 사실상 감소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16.4%라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도 불구하고 1,2분위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은 줄어들었다고 판단하는 게 올바른 통계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는 모든 분위에서 소득이 늘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는 “노령층 비중이 높은 1,2분위의 경우 근로 기회가 많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 이후 근로시간이 줄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근로소득이 오를 수 없는 환경적 제약이 있다”면서 “’90% 효과가 있었다’라는 것은 아마도 (중산층이 포함된)3~5분위 근로소득이 늘어난 것에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있었다라는 판단을 보여주는 표현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통계청의 소득 부문 가계동향 통계를 아무리 살펴봐도 올해의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소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 저임금 근로자 소득 증가? ‘5인 이하’ 미포함이면 적절하지 않아

그렇다면 ‘고용근로자의 근로소득은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그 가운데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했다’라는 문 대통령의 분석은 무슨 통계를 근거로 한 것일까.

복수의 통계 전문가들은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 발표’를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전체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357만7000원으로 전년대비 5.4% 증가했다. 중위 소득자 이상인 상용직 근로자의 임금은 367만7000원으로 전년대비 5.4% 증가했고,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저임금 근로자’에 해당되는 일용근로자의 임금은 전년대비 4.9% 늘어난 157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통계는 5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최저임금 효과를 분석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경준 교수는 “제조업 기준으로 보면 5인 이상 사업체에 영세 사업장이 포함될 수 있지만 서비스업 기준으로 보면 5인 미만 사업체가 많기 때문에 상당수의 영세 사업장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수형 서강대 교수도 “최저임금은 단순히 임금 및 소득 분위뿐 아니라 다른 특성에 따라 득과 실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여러 특성을 정교하게 분석해야 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시지가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