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인터뷰] "남북정상회담 이행추진위 경협 컨트롤타워로 세워야"

김문관 기자
입력 2018.05.07 07:05
탈북자 출신 김영희 KDB미래전략연구소 통일사업부 팀장 인터뷰

“최근 북한의 정치·경제적 상황은 일반적인 인식보다는 좋은 편입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면 한국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이행추진위원회’를 양국 경제협력 컨트롤타워로 삼아야 합니다.”

탈북자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김영희 KDB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 통일사업부 팀장(53)은 지난달 30일 가진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영희 KDB미래전략연구소 팀장./KDB산업은행 제공
수더분한 인상의 김 팀장은 북한의 유일한 경제대학인 원산경제대학을 졸업하고, 평양 인근에 위치한 공기업에서 회계업무를 했다. 그러나 남편이 중국연고자라는 이유로 승진길이 막히자 2002년 탈북했다. 중국이 개방경제 노선을 택한 후 북한에서는 가족 중 중국에 연고자가 있으면 승진을 제한받는다.

김 팀장은 탈북 후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에서 북한학 석사학위와 동국대학교에서 같은 전공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7년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에 입사한 후 산은과 옛 정책금융공사(현재는 산은으로 통합)에서 북한 관련 업무를 도맡아 해왔다.

산은은 KDB미래전략연구소 통일사업부를 중심으로 북한 경제·산업연구, 통일관련 정책금융연구, 극동경제연구 등을 하고 있다. 앞서 산은은 2014년 옛 정책금융공사와 통일금융협의체를 가동하기도 했다.

남북 간 화해 무드가 본격적으로 조성된다면 정책금융 중심의 인프라 지원이 불가피한 만큼 금융권에서는 산은 중심의 정책금융 협의체가 다시 꾸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팀장은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는 시점으로 북미정상회담 직후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경협 시기는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대북제재 완화 결과에 의해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독자제재, 유엔안보리 결의가 부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이고, 이런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그 시점에 남북경협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해서는 통신, 통관, 통행 등 경협 여건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팀장은 “남북이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추구하는 현 상황에서 통일비용을 추산하는 것보다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거기에 소요되는 실질적인 자금규모 및 자금조달 방식에 먼저 관심을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팀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어떤 내용이 논의됐나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매년 4월 개최된다. 지난달 회의에서는 지난해 경제부문 성과를 평가하고 올해 과제를 제시했다. 또 국가예산 결산 및 올해 예산 편성과 조직문제(인사)가 논의됐다.

올해 회의의 특징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국가예산수입 증가율을 낮게 편성한 것이다. 이는 대북제재 여파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중앙예산수입과 경제무역지대수입을 다소 높게 편성했다. 이는 금수(수입금지)품목의 국내활용을 통한 중앙기업의 활성화, 북중정상회담 이후 나선 경제무역지대의 활성화를 예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최근 정치 상황을 어떻게 보나

“김정은 위원장이 잇따라 외교무대에 나서고 있는 것은 ‘내부단속’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장성택 처형 등을 통해 정치적인 안정을 이룬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소폭 인사개편을 단행한 것은 정치적인 안정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상황은 어떤가

“공산주의 체제인 북한 경제는 공(公)경제와 사(私)경제로 구분할 수 있다. 대북제재 하에서 최근 공경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외경제 측면에서 대중무역 총액은 올해 1~3월 전년대비 60.8% 정도 감소했다. 대중수출은 88.2%, 수입은 42.6% 정도 줄었다. 이런 수치들은 북한 경제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기타 공경제 부문은 역설적으로 대북제재로 수출이 금지된 석탄에 의한 화력발전 증가와 그로 인한 전력공급 증가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공장가동률 증가 및 그로 인한 공장생산성 증가가 엿보였다.

특히 사경제는 활성화됐다. 사경제 가격의 기준이 되는 쌀가격은 오히려 지난해 고강도 제재가 시작된 8~9월보다 올해 다소 내려서 1킬로그램(kg)당 4800북한원(한화 약 63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최근 북한 경제상황은 의외로 그리 나쁘지 않다.”

-앞으로 북한 경제 상황은 어떻게 보나

“김 위원장이 집권하면서 야심차게 시작했던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개발구 개발은 전혀 진척되지 못하고 침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대북제재가 지속되면 북한 경제는 1990년대 중반과 같은 사태는 오지 않더라도 매우 침체될 것임이 분명하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해빙 무드다. 경협이 진행될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경협 시기는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대북제재 완화 결과에 의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문에 담았고, 이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좋은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독자제재, 유엔안보리 결의가 부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그 시점에 남북경협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경협 분야별 순서는 어떻게 예상하나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개성에 공동연락사무소를 두기로 했는데, 이는 개성공단내로 추정된다. 결국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재개가 최우선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년간 진행되던 사업이고 모두 한국에서 차단했기 때문에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제될 시 한국 정부에서 결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이번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것으로 10.4선언에서 제시된 사업들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공동어로수역, 남포안변조선산업단지 등이다. 또 판문점 선언에서 언급된 동해선, 경의선 도로 철도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이 추진될 것이다.

철도 등 도로연결을 1차적 사업으로 명시한 것은 이 부분이 향후 재개될 남북경협을 고려한 물자 및 인력의 운송(북한, 중국, 유럽까지) 및 이동을 보장하기 위한 선결사업이기 때문이다.

-좀 먼 이야기지만 ‘통일은 대박’인가

“통일은 분명히 대박이다. 그러나 급진적인 통일은 상당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통일보다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통해 남북이 상생하면서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개혁개방을 통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실제 통일이 이뤄졌을 때 남북의 경제격차를 해소할 수 있고 그로부터 원만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

-통일로 인해 추정되는 경제효과는

“여러 연구기관의 전망치가 있지만 아직은 뜬구름에 불과하다. 아직은 추산이 어렵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통일비용에 대한 뚜렷한 수치가 아직 없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통일비용 추산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통일비용 추산은 통일시점, 또 비용지출 기간, 통일방법 등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근사치를 추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한국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추구하는 현 상황에서 통일비용을 추산하는 것보다 현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거기에 소요되는 실질적인 자금규모, 자금조달 방식 등에 먼저 관심을 두고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본격적인 경제개발을 추구하고 있어 통일비용에 앞서 실질적인 경제개발 비용을 추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남북 경협 걸림돌은 무엇이 있나

“남북경협이 재개되는 시점은 과거와 다른 경협환경(한반도 군사적긴장 완화, 혹은 정전협정의 종전협정으로 전환 또는 평화협정 체결, 북한의 비핵화 등)인 상황이기 때문에 개성공단 3통(통신, 통관, 통행)문제와 같은 경협여건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이를 해결해야 순조로운 경협이 진행될 수 있다. 여기에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로 리스크는 완화되겠지만, 혹여 발생할 기업가동 중단에 대비한 제도적 환경 등도 사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구체적으로 뭘 준비해야 하나

“경협의 우선 순위가 판문점 선언에서 제시됐기 때문에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앞선 10.4 선언에서 명시된 사업, 동해선 경의선 철도 도로연결을 위한 실질적인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일방적으로 북한의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어떤 프로젝트에 대한 준비를 진행했지만, 이제는 구체적인 자료를 북한에서 제공받아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조사연구를 진행한 후 그에 준해 프로젝트 계획서를 작성하고 추진하면 좋을 것 같다.”

-경협 컨트롤타워 필요성은

“경협을 상황에 맞게 진행하려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남북정상회담 이행추진위원회’로 개편했기 때문에 여타 부문의 교류와 함께 경제협력도 이 위원회에서 총괄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여건이 조성될 시 재개되는 남북경제협력은 과거의 경제협력보다 범위와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2011년에 발표된 북한의 ‘국가경제개발 10개년전략계획(1000억달러 규모)’을 보더라도 엄청난 규모의 개발이 전국적인 범위에서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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