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해체" 주장했던 강경론자 윤석헌 교수 새 금감원장 내정(종합)

김형민 기자
입력 2018.05.04 10:58 수정 2018.05.04 11:07
금융분야 대표적 진보학자인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70)가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됐다.

윤 내정자는 그동안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반대, 금융사 근로자 추천이사제 도입 찬성, 금융위원회 해체 등을 주장해 온 개혁성향의 강경론자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엇박자를 내거나 첨예한 갈등 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윤 교수는 청와대가 추진 중인 금융개혁을 위해 발탁된 인사로 보면 된다"며 "그동안의 주장을 보면 금융위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4일 금융위 의결을 거쳐 윤 교수를 신임 금감원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 금산분리 완화 반대…“금융위 해체” 강경론자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 / 금융위원회
윤 내정자는 현행 금융감독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해온 강경론자다. 특히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원회의 해체까지 거론해 온 점을 감안할 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금융감독 체제 개편에서 금융위 기능을 축소하는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윤 내정자의 개혁성향은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또다시 드러났다.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은산 분리 완화 반대, 금융사 근로자 추천이사제 도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점 등을 금융위에 권고했다.

그는 또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들의 ‘셀프 연임’을 막는 등 이사회 전반에 투명성을 강화하라고도 권고했다. 윤 내정자는 ‘참호구축’이라는 표현으로 셀프 연임을 비판해 왔다. 이는 금융사 CEO들이 본인들과 가까운 사외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연임에 유리한 구도를 만든다는 뜻이다.

윤 내정자는 한림대 교수 재직 시절인 2008년 금융위원회의 출범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정책기능과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기능을 통합해 금융위원회를 설립했다.

당시 윤 내정자는 "정책적 목적을 위해 금융 감독 기능이 왜곡되는 관치금융의 폐해가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2002년 카드사태, 외환은행 불법 매각 사례처럼 재경부의 잘못된 정책수행에 대해 금융감독기구가 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책임 떠넘기기식으로 일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윤 내정자는 2012년에는 금융위원회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해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환원하고 금감원이 감독기능을 온전히 흡수해 독립적인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서도 "사실상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실패로 초래된 것"이라며 "금융감독체계 개편 없이는 금융감독은 물론 금융산업의 선진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윤 내정자는 금산분리를 강하게 반대해온 대표적 진보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2007년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려고 했던 금산분리 완화 정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그해 11월에 열린 '신정부의 금융비전과 정책과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금융의 핵심기능은 실물을 지원하거나 통제하는 것인데, 소유관계로 양자를 통합하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금산분리 완화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금산분리 논의를 대선의 쟁점으로 삼은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 금융위-금감원, 금융정책과 감독체제 개편 놓고 갈등 가능성

윤 내정자가 진보학자로서 주장해온 금융개혁을 금감원장이라는 행정가로서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그가 강하게 주장해 온 금산분리 완화 반대와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금융위의 정책기조와 맞지 않는다. 금감원과 금융위가 금융정책 등을 두고 엇박자 또는 갈등 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카카오뱅크)와 KT(케이뱅크)와 같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금융산업 내 경쟁을 촉진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와 KT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기 때문에 은행 지분 10%, 의결권 지분 4% 이상을 보유하지 못한다.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 유인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윤 내정자가 은산 분리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인물이라 금융위가 추진할 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첨예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위는 그동안 금융체계 개편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윤 내정자가 주장하는 금융감독과 정책기능의 분리는 사실상 금융위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금감원 위상확립 등 과제 산적

윤 내정자의 과제도 적지 않다. 당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3연임을 둘러싼 갈등, 신한금융 채용비리 검사, 배당사고를 낸 삼성증권 제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공방 등이 그가 풀어야 할 현안이다.

무엇보다 바닥에 떨어진 금감원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금감원은 작년 말 채용비리를 시작으로 올해 초 하나금융과의 갈등 등 끊임없이 문제가 불거져 나오던 가운데 최흥식, 김기식 전 원장이 과거의 부적절한 행실로 줄줄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도덕성 등에 타격을 입었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윤 내정자는 지난해 8월 금융혁신위 제1차 회의에서 “아직 금융당국이나 금융권이 국민으로부터 크게 사랑받거나 충분한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금융당국이 먼저 나서 뼈를 깎는 혁신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금감원장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윤 내정자가 느끼는 무게감은 막중할 것”이라며 “민간출신의 전임 원장들이 줄줄이 낙마한 상황에서 내부 혼란을 수습하는 동시에 현안을 능숙하게 해결하는 게 큰 숙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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