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文 실세 의원 “재건축 안전진단 박근혜 때보다 더 풀자” 법안 발의…부동산 정책 黨政 엇박자

세종=조귀동 기자
입력 2018.03.16 12:23 수정 2018.03.16 15:36
황희·전해철·박영선·최인호, ‘구조안전성’ 비중 50%→15% 깎는 법안 발의
주거환경 30%에 입주자만족도 30% 신설…2015년 기준보다 입주민 의견 더 반영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하순 발표하고 이번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을 무력화시키는 법안을 여당 실세 의원이 발의했다. 그리고 서울시장, 경기지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거물급 의원들이 발의에 함께 했다.

청와대가 “(서울) 강남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앙등은 지극히 비정상적(김수현 사회수석)"이라며 재건축 아파트 등을 집중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 내에서 이에 대한 반발이 터져나온 셈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의 부동산정책이 불러올 역풍 때문으로 풀이된다.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황희 더불어민주당의원(서울 양천구 갑)은 13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동 발의자는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는 박영선 의원(서울 구로구 을),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전해철 의원(경기 안산시 상록구 갑), 부산시당 위원장인 최인호 의원(부산 사하구 갑) 등을 비롯해 설훈(경기 부천시원미구 을), 안규백(서울 동대문구 갑), 정재호(경기 고양시 을), 고용진(서울 노원구 갑). 어기구(충남 당진), 이동섭(바른미래당, 비례) 등이었다.

황희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정무·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으며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홍보위원장 등을 역임한 ‘실세 초선 의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경총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황 의원이 이번에 낸 도정법 개정안은 재건축 연한을 준공 후 30년으로 못박고, 사실상 거주민들이 원할 경우 구조 안전성과 상관없이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재건축 안전평가에 ‘입주자 만족도’라는 항목을 신설해 30% 비중을 둔 데다, ‘주거환경’ 항목도 30%로 다시 높였기 때문이다. 대신 ‘구조안전성’은 15%만 차지한다. 2015년부터 지난달까지 적용된 20%보다 더 낮다. 그 외에는 각각 ‘설비노후도’ 15%, ‘비용편익’ 10%다. 또 ‘구조안전성’에 내진설계 관련 사항이 포함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3월부터 적용된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기준을 뒤엎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로 늘리고, 대신 ‘주거환경’ 비중을 40%에서 15%로 깎았었다. 구조안전성에 결함이 있을 경우만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이 내려질 경우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절차도 추가했다. 안전점검이 ‘고무도장’ 역할을 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3일 서울 목동 현대백화점 목동점 앞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편안에 반발하는 목동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조선일보DB
황희 의원실 관계자는 “입주자가 거주하기 불편하다고 판단되면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재건축 결정 과정을 건물구조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개편하고자 안전진단 항목 중 입주자 만족도 항목을 신설하고 주거환경 가중치도 높이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규정한 것은 정권에 따라 규제 내용이 바뀌지 않도록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황 의원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편으로 재건축이 어려워진 목동을 비롯해 양천1동, 양천2동을 지역구로 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표심(票心)을 의식한 법안 발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 의원 뿐만 아니라 다른 여당 정치인들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공동발의자에 시도지사 선거를 준비하거나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실세 정치인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게 핵심”이라며 “친문(親文)들도 부동산 정책의 후폭풍에 사실상 ‘사보타주’를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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