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당국 구조조정 카드 '유암코' 찻잔 속 태풍 되나

김형민 기자
입력 2016.01.27 04:00
지난 2009년 출범한 유암코(연합자산관리·UAMCO)는 일반인들에겐 낯설지만 금융맨들에겐 익숙한 부실채권(NPL) 전문회사다. 파산한 개인 사업자나 자영업자의 담보물(상가이나 공장)을 은행에서 넘겨 받은 후에 경매 등을 통해 처분하는 식으로 이익을 챙긴다.

유암코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은행권 부실 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5년 간 한시적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별동부대였다. 시중은행 6곳이 각각 1750억원씩 출자해 설립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 구조조정에 직접 관여한 구조조정 전문가인 이성규 사장이 수장(首長)이다.

그런데 문을 닫거나, 아니면 주인이 바뀔 운명이었던 유암코의 위상이 하루 아침에 달라졌다. 기업 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되겠다며 금융위원회 승인을 얻었고, 조직도 급격히 확대된 것이다.

유암코 자본금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참여해 기존 1조원에서 2000억원이 더 늘었고, 조직도 1본부에서 2본부 체재로 곱절 커졌다.

하지만 유암코가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 주길 바라는 정부의 바람과는 다르게, 유암코는 첫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확대 재출범한 지 4개월이나 지났지만 아직 첫 구조조정 기업조차 고르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다 못한 금융위원회가 유암코 관계자들을 호출해 크게 질타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유암코가 그동안 대상 기업의 채권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 금융위 생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화조차 돌리지 않고 금융위 지시만 기다렸다"며 "채권 매입에 너무 몸을 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선 유암코가 ‘성공’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중차대한 업무의 시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실패를 겁내다 보니 부실화 가능성이 적은 기업을 위주로 살피지만, 해당 채권을 들고 있는 은행들이 넘겨줄 리 만무하다. 정상화될 것이 눈에 보이는 기업의 채권은 유암코에 넘겨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자신들이 기업 여신 유지하며 이자도 받고 대출금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암코가 집중해야 할 기업은 은행들이 포기한 이른바 한계기업이다. 한계기업 부실이 금융권 전체로 번지기 전에 유암코가 앞장서서 썩은 사과부터 솎아내야 한다.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골라 구조조정에 성공하는 것이 유암코 존재의 이유가 아니다.

물론 유암코의 구조조정 업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정부의 유암코 확대 개편방안이 나오는 날부터 제기됐다. 권한도 없는 유암코가 기존 은행들로부터 부실 채권 매입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암코가 시중은행과 똑같은 곳만 바라본다면 우려는 현실이 된다. 역설적일 수 있지만, 진흙탕으로 들어가서 실패와 한 배를 탈 수 있어야만 유암코는 자기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기업 구조조정에 망설여 부실 기업을 키운 기존 은행들의 전례를 답습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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