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고단변속기 전쟁 점화

이재원 기자
입력 2014.08.07 16:34 수정 2014.08.08 07:35
오는 20일 9단변속기를 달고 국내 출시될 지프 체로키. /크라이슬러 코리아 제공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고단변속기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6단 변속기를 주로 쓰던 자동차 회사들이 최근 8단에 이어 9단 변속기를 적용한 제품까지 내놓는 것. 이런 제품들이 최근 국내 시장에도 잇달아 상륙했다.

크라이슬러 코리아는 이달 20일 9단 변속기를 장착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올 뉴 지프 체로키’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프 브랜드에서 9단 변속기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라이슬러는 올해 북미 시장에서 출시한 ‘200C’ 모델에도 9단 변속기를 장착한 바 있다. 신형 모델이 나올 때마다 9단 변속기를 집어넣는 것이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지난 4월 9단 변속기를 장착한 2014년형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출시했다. 이보크 역시 레인지로버가 9단 변속기를 장착한 첫 모델이다.

6단 변속기를 쓰다 8단 변속기로 바꾸는 경우도 늘고 있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지난 4월 2014년형 GS 350을 국내에 출시하며 6단 변속기를 8단 변속기로 바꿨다고 밝혔다. 기존 최고급 모델인 LS에만 쓰던 8단 변속기를 스포츠 모델인 GS에까지 확대하기 시작한 것. 볼보자동차 코리아는 지난 6월 8개 차종의 변속기를 한꺼번에 8단으로 바꿨다. BMW는 현재 대부분 모델에 8단 변속기를 사용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고단 변속기로 옮겨가는 이유는 주행 성능과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달 중순 유럽에서 9단 변속기를 처음 장착한 2015년형 E350 블루텍 모델을 내놓으며 편안함과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E350 블루텍에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9단변속기.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제공
변속기는 엔진에서 나오는 힘과 회전수를 조절해 바퀴에 분배하는 장치다. 자동차가 출발할 때는 힘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힘을 키워놓은 1단을 쓰고, 고속에서는 가속을 하는 데 추가적인 힘이 덜 필요하기 때문에 힘을 줄이고 회전수를 늘려주는 고단을 쓴다.

이렇게 조절할 수 있는 조합이 많으면(변속기의 단수가 많아지면) 똑같은 주행을 하면서도 단수가 적은 차보다 기름은 덜 들이면서 힘은 더 쓸 수 있다. 같은 높이를 올라가는 데 계단을 5개만 만들었을 때와 9개를 만들었을 때 어떤 경우가 힘이 덜 드는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같은 속도로 달려도 기어 단수가 높으면 엔진 회전수(rpm)가 낮은 상태에서 주행하기 때문에 연료를 덜 소비하게 된다.

이번에 나온 벤츠의 E350 블루텍의 경우 변속기를 바꾸며 연비가 7%가량 좋아졌다. 9단 기어로 1350rpm에서 시속 120㎞로 달릴 수 있으니 편안함과 효율성이 모두 구현되는 것이다. 벤츠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내놓을 CLS 부분변경 모델에도 9단 변속기를 장착할 예정이다.

국내 브랜드인 현대차도 변속기의 고단화 전쟁에 동참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고급 차인 제네시스와 에쿠스에 8단 자동변속기를 쓰고 있다. 2011년 처음 8단 변속기를 적용한 제네시스는 이전 6단 자동변속기 모델보다 연비가 약 6% 향상했고, 가속 성능은 약 10% 좋아지는 효과를 거뒀다.

현대차는 앞으로 미국에서 출시할 쏘나타 터보 1.6L 모델에는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쓰기로 했다. 기존 쏘나타는 6단 자동변속기를 쓰고 있었는데 7단으로 넘어가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10단 변속기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폴크스바겐, 현대차 등은 10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 GM과 포드는 지난해 9단과 10단 변속기를 함께 개발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조용석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10단 변속기가 나와도 변속기의 고단화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결점이 없는 무단변속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자동차 회사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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