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기업들 ‘10억 거대시장’ 환상서 벗어나라

입력 2006.10.20 22:59 수정 2006.10.20 22:59

와튼비즈니스스쿨 보고서 부유층은 500만~600만명
중산층 2500만~3500만명 타깃별 공략전략 달리해야

2000년대 초반, 중국 진출 한국 의류업체 사이에는 중국 고급백화점에 매장을 개설하는 붐이 불었다. 매출이 미미한데도 1년 이상 매장을 열어두는 업체도 있었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 이전에도 한국 의류업체 중엔 중국 시장에 안착한 곳이 적잖았다. 그러나 중고·중저가 시장에서는 성공을 거둬도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데 업체들의 고민이 있었다. 결국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최고급 시장을 개척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중국 진출을 노리는 기업가들은 늘 ‘10억 시장’이라는 말에 현혹된다. 그러나 정말 중국이 10억 인구의 거대 단일 시장일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비즈니스스쿨이 발행하는 이메일잡지 ‘Knowledge@ Wharton’은 10월 16일자에 중국 소비시장을 해부한 ‘중국 시장 뚫기’(Selling in China) 특집을 실었다.

특집에 참여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와튼스쿨 전문가들은 중국시장을 구(舊)중국과 신(新)중국, 도시와 농촌, 가난한 농민과 백만장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등 온갖 양극단의 요소가 공존하고 있는, 수없이 잘게 쪼개진 시장(市場)의 조합으로 규정한다. 특집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자산 1억원 이상 159만 가구 남짓

중국의 소비자는 10억명이 넘지만, 이들은 전혀 다른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13억 인구 중에 도시 거주자는 4억명에 불과하다. 도시민들 소득은 매년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10% 수준으로 늘고 있지만, 농촌 소득은 고작 1% 증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소비자를 일반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BCG에 따르면 2004년 중국에서 5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가구는 전체의 0.1%인 35만가구다. 10만~50만달러의 자산가는 124만가구(0.34%). 자산 규모가 10만달러(약 1억원)가 넘는 부유층이 159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0.44% 정도라는 얘기가 된다. 인구로 환산하면 500만~600만명 가량이다. 그러나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富)는 중국 전체의 61%(8230만달러)나 된다. 나머지 99.56%의 비(非)부유층의 자산 527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BCG 아·태지역 본부 허버트 쉬 부사장이 “중국에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만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비부유층도 꾸준히 소득은 늘고 있지만,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빠듯한 살림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비와 교육비,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게다가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 이들은 평소 은퇴 이후까지 대비해야 한다. 저축률은 무려 50%를 넘어가고 있다.

와튼 스쿨 마샬 메이어 교수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대부분의 중국인이 여전히 가난하며 맞벌이 부부조차도 수지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하는 중산층

그나마 중산층의 빠른 성장이 위안거리다. BCG는 중국 중산층을 2500만~3000만명 정도로 추산했다. 연간 가구당 소득이 4300 ~8700달러인 계층이다. 이들은 컬러TV와 휴대전화·개인용 컴퓨터·맥주의 주 소비층이다. 고도성장으로 해마다 적잖은 중국인들이 이 중산층으로 상향 이동하고 있다.

중산층은 ‘소비자이자 저축자’라는 이중성을 지닌다. 바로 직전 세대에 문화대혁명 등으로 어려운 시절을 겪은 이들은 검약한 생활이 몸에 배어 있다. 또 금융서비스가 뒤처져 있고 소비자 신용도 거의 제공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한번 고가품을 사려면 오랫동안 돈을 모아야 한다. 소비 행태도 제품의 기능을 중시하는 실용적 태도를 고집한다.

그러나 정반대 측면도 없지 않다. 중산층이나 부유층은 임의로 쓸 수 있는 소득이 생기면 아낌없이 자기과시적 소비에 투자한다. 중국 중산층 가정을 방문해 보면 이런 현상을 잘 볼 수 있다.

아이가 없는 집의 경우 주로 옷이나 휴대전화, 향수·화장품 등의 구입에 돈을 쓴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다는 느낌을 주는 물건들이다. 반면 윈덱스(유리세정제)나 키위(구두광택제) 같은 유명 브랜드 생활용품을 사는 데는 인색하다. 친구나 이웃에게 과시하기 힘든 제품이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 난징시루(南京西路)는 밤낮 없이 쇼핑이나 여가를 즐기려 나온 시민들로 가득차 있다. 이 곳에는 세계 유명브랜드의 상점 1000여 곳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서 부유층의 호주머니를 노린다.
■부유층을 공략하라

P&G와 GM·까르푸 등 일부 다국적 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고급 소비재 업체들은 아직 중국 부유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 스스로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 업체들의 중국 내 점포를 가보면 진열된 상품의 숫자가 뉴욕이나 홍콩 점포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중국 부자들은 차라리 뉴욕이나 런던에 가서 같은 물건을 산다. 2004년 영국의 고급차 벤틀리가 가장 많이 팔린 곳이 중국이다. BCG 허버트 쉬 부사장은 “현금 100만달러를 만질 수 있는 인구가 적어도 100만명은 된다”고 말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전에 중국인에게 돈은 안전·보호장치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무엇이든 가능하게 하는 것’(enabler), ‘브랜드의 유혹에 넘어갈 자유를 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광고기획사 BBDO의 중국전략기획 담당 임원 싱(Singh)은 한발 더 나간다. 중국 부유층은 스스로의 명예나 품위보다 그 제품을 쓰는 다른 사람과 대등해지기 위해 브랜드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례 없는 ‘소비 불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 제품 구입에 있어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까’하는 불안이 부유층 내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의 승패는 누가 먼저 부유층 집단 내에서 ‘인기’를 장악하느냐에 달려있다.



■중소도시는 외국기업의 ‘블루오션’

외국 기업들은 대체로 30~40개의 주요 대도시만을 타깃으로 삼는다. 그러나 조금 눈을 돌려보면 500개의 거대한 시장이 있다. 바로 인구 300만명 이하의 중소도시들이다. 이 시장은 대도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중소도시에 진출하려면 한 단계 진전된 현지화가 필요하다. 까르푸는 중국 유통시장 진출을 위해 과감하게 ‘재래시장’(wet market)을 매장 내로 끌어들였다. 점두에 물건을 내놓는 중국식 점포 개념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낙후한 금융서비스를 감안해 컴퓨터업체 레노보(lenovo)처럼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대금 지불 옵션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헬스조선 상례서비스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