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戰時 분위기… "이건 인민전쟁, 때리면 끝까지 상대해준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입력 2019.05.15 03:01

[美·中 무역전쟁]
CCTV 등 관영매체들 "전면대응 준비 끝" 일제히 항전 메시지

중국은 대미(對美) 관세 보복 개시를 전후로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미국을 공격하고, 싱크탱크들은 무역 전쟁 승리의 근거를 제공하는 보고서를 쏟아내는 등 전시(戰時) 선전 체제 같은 분위기로 돌입했다. 외교부 대변인도 14일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CCTV는 13일 저녁 메인 뉴스 신원롄보(新聞聯播) 방영 도중 미·중 무역 전쟁 관련 평론을 발표했다. '중국은 전면 대응의 준비가 끝났다'는 제목의 평론은 강경한 표현들로 점철됐다. 남성 앵커는 결연한 목소리로 "협상하면 대문이 활짝 열리겠지만 때리면 끝까지 상대해주겠다(談, 大門敞開;打, 奉陪到底)" "5000여년 온갖 풍우를 겪은 중화 민족이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 뭐가 있겠는가?(經歷了5000多年風風雨雨的中華民族, 什麼樣的 陣勢沒見過?)"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협상을 하려 하든 때리려 하든, 중국은 모든 정책 수단이 준비돼 있다"고 단언했다. 매일 1억명이 넘는 시청자가 보는 중국의 간판 뉴스 프로에서 대미 항전을 독려하는 듯한 장면이었다. 방송 직후 중국 온라인은 신원롄보가 전한 메시지로 도배됐다. 그로부터 1시간쯤 뒤 "600억달러어치 미국산 수입품에 오는 6월 1일부터 최고 25%의 보복 관세를 물린다"는 중국 재정부의 발표가 나왔다.

14일 중국 외교부의 논평도 전례 없이 강경했다. 겅솽(耿爽)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누가 집 앞까지 쳐들어오면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어떤 외부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으며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를 보호할 결의와 능력이 있다"고 했다.

인민일보·CCTV·신화통신·환구시보는 벌떼처럼 미국을 공격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이 중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민에게 협박을 가했기 때문에 이번 전쟁은 인민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중국은 다양한 반격 수단이 있고 장기전을 준비하며 정확하고 강하고 안정적인 반격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도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데도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건 헛소리" "중국을 겨냥한 '지식재산권 절도'설은 헛수고"라고 주장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상무부 대외무역연구소, 인민대 국가발전연구원 등은 '중국 불패'의 근거들을 앞다퉈 내놨다. '미국의 보복 관세로 인한 부담의 90%는 결국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중국의 부담은 9~10%에 불과하다', '미국이 중국산에 50% 이상을 의존하는 품목은 1150개지만 중국이 미국산에 5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은 124개뿐이다', '중국과 EU·아세안·브릭스 국가와의 교역이 증가하는 등 시장 다원화가 효과를 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자신감과 달리, 이날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7위안 선에 근접한 6.9192위안까지 오르는 등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블룸버그는 "13일 중국이 관세 보복 대상에 포함시킨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일부 농산품 등은 이미 대중 수출이 급감한 상태"라며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또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보복 관세의 발효 시점을 6월 1일로 미뤄, 2~3주간의 시차에 따른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최근 외국 기업의 중국 내 투자를 안보 관점에서 심사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며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중국이 이를 대미 보복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A3면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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