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김 불러놓고, 안 나타난 김영철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안준용 기자
입력 2018.12.05 03:09 수정 2018.12.05 07:04

北 요청으로 3일 美北 판문점 접촉… 北, 정작 고위급은 안보내
앤드루 김, 고위급회담 조속한 개최 전달했지만 일정 합의 못해

미국의 비핵화 협상팀이 지난 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북한팀과 비공개 접촉을 갖고 지난달 취소된 미·북 고위급 회담 일정 등을 논의한 뒤 4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미·북 접촉은 그간 비핵화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던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등 미국 협상팀과 김성혜 통일전선책략실장을 비롯한 북측 인사들 간에 3일 저녁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번 접촉에 대해 미국 측은 우리 정부에 '사후 통보'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문점 접촉은 북한 요청에 따라 급하게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미국 측은 북한이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내보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실무자인 김성혜가 나왔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북측이 비핵화 협상의 진전보다는 미국과의 대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 정도만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이날 접촉에선 미·북 간에 뚜렷한 합의점이 도출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1~4차 방북을 모두 수행했던 앤드루 김 센터장이 '내년 초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선 서둘러 고위급 회담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으나 일정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북한의 협상 태도를 놓고 외교가에선 "북한이 특유의 '시간 끌기'로 미국을 길들이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10월 7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미·북 비핵화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간 고위급 회담이 계속 미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 시각) 언급한 '1~2월 중 미·북 정상회담 개최'는 힘들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시기 언급을 계기로 북한이 다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3일 판문점 접촉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와 '비핵화 상응 조치'에 관한 입장을 탐색한 김정은이 고위급 회담과 정상회담 시기 등을 저울질할 것이란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의 선택에 따라 연내 고위급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북핵 신고·검증, 미측 상응 조치에 관한 양국 입장 차가 여전히 커 2차 미·북 정상회담까지는 많은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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