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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라이트훅에 한국 복싱이 달렸다

스포츠 진천=주형식 기자
입력 2018.09.12 03:01

[2020도쿄를 기다린다] 亞게임 복싱 유일한 金 오연지

"매일 지옥 훈련이 끝날 때면 '이젠 복싱 더 이상 못하겠다'고 마음먹다가도 다음 날 새벽엔 또 글러브를 끼고 있어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여자 복싱 라이트급(60㎏급) 금메달리스트 오연지(28)는 11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한 시간 넘게 커다란 샌드백을 두드리고 있었다. 오연지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한국 복싱 유일한 메달이기도 하다. "11월 세계선수권에 이어 2년 뒤엔 도쿄 올림픽이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차근차근히 준비해야 돼요. 나태해지는 순간 링 위에서 바로 들통나는 걸요."

오연지가 11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샌드백을 두드리며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그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거는 걸 새 목표로 삼았다. /박상훈 기자

오연지는 한국 복싱의 현재이자 미래란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체전에서 7년 연속으로 라이트급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최강자인 그는 2015·2017 아시아선수권에선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첫 아시아선수권 금메달이었다. 대표팀 나동길 감독은 "아시아에선 오연지 선수와 견줄 만한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고 말했다. 오연지는 "후반 막판에도 지치지 않고 상대를 몰아세울 체력을 기르면 세계선수권, 올림픽도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오연지가 처음 복싱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는 1988, 1992 올림픽 복싱 국가대표였던 외삼촌 전진철(51)씨 덕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 신경이 좋았던 오연지는 중3 때 외삼촌이 운영하는 복싱장에서 처음 글러브를 꼈고, 외삼촌의 세심한 코치를 받으며 발이 빠른 아웃복서 스타일로 성장했다. 그래서 대표팀 동료 선수들은 그를 '오번개'라 부른다.

처음엔 '여자가 뭔 복싱이냐'고 반대했던 가족이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군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때 전북 군산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 오광열(53)씨는 딸 응원을 위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인도네시아를 찾았다. 짧은 휴가 탓에 시상식은 보지 못하고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탄 아버지는 "너무 고생했고 자랑스럽다. 이젠 올림픽 금메달까지 열심히 해보자"는 응원 메시지를 딸에게 남겼다고 한다. 아무리 스포츠라도 딸 맞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경기장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는 어머니 전진순(53)씨는 대신 딸에게 맛있는 음식으로 체력 보충에 힘을 쓴다. 아시안게임 때 인도네시아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몸무게가 58.5㎏까지 떨어진 딸이 돌아오자 가장 좋아하는 돼지고기 김치찜을 만들어 놓고 집에 돌아온 딸을 꼭 안아줬다고 한다.

복싱을 시작하면서부터 머리 스타일을 항상 숏커트로 고수한 오연지는 링에서 내려오면 동갑내기 친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취미는 친구들과 함께 옷 쇼핑하기다. "친구들과 예쁘게 차려입고 카페 맛집 가서 셀카 찍는 걸 좋아해요. 그러면 금세 스트레스가 풀려서 복싱에 다시 집중할 수 있어요."

그는 팬 클럽도 있다. 아직 5명밖에 안 되지만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금메달 모형을 제작해 선물할 정도로 '열혈 팬'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 덕분에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500명이 늘어 920여명이 됐다고 한다. 오연지는 "주위에선 복싱이 배고픈 운동이니 그만두라고 말씀하시지만, 보잘 것없는 나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2020 도쿄 올림픽 시상대 맨 위에 서는 모습을 꼭 선물해드려야 나중에 마음 편히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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