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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도 관객도 헤드폰 쓰고… '고막 라이브' 탄생

문화 윤수정 기자
입력 2018.09.12 03:01

'장기하와 얼굴들' 새로운 시도 "귓속말로 노래해 주는 느낌"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 '모노'가 열린 첫날인 지난 10일 서울 연희동에 있는 소극장 '모텔룸'에서는 기이한 광경이 벌어졌다. 관객 30여명은 모두 머리에 헤드폰을 썼고 밴드 멤버들 역시 모두 헤드폰을 쓰고 연주를 하거나 노래했다. 헤드폰은 모두 음향 장비에 연결돼 있어, 이를 벗으면 공연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전기기타와 베이스의 현을 튕기는 소리, 전자 드럼 두드리는 스틱 소리와 보컬의 노랫소리만 들렸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새 공연에서는 밴드 멤버들과 관객 모두 헤드폰을 쓰고 있었다. 스피커 없이 헤드폰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공연이었다.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관객들이 무선 헤드폰을 쓰고 헤드폰으로만 들리는 음악에 맞춰 춤추는 '사일런트 디스코'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던 때가 있었다. 구경꾼이 볼 때는 희한한 장면일 수밖에 없다. 장기하는 이를 라이브 공연에 차용했다. 장기하는 "바로 옆에서 귓속말을 하고 나만을 위해 노래해 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명 '고막 라이브'란다.

첫 곡 '느리게 걷자'부터 음향은 깨끗하게 들렸다. 멤버들은 "원래 무선 헤드폰을 쓰려다 음질 문제 때문에 전부 유선으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특히 혼잣말하듯 노래하는 장기하의 창법은 헤드폰에서 더욱 독특하게 들렸다. 잡음이 거의 없이 헤드폰으로 듣다 보니 마치 라이브 녹음 현장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노래 '우리 지금 만나'의 "왼쪽으로 댔다/ 오른쪽으로 댔다" 부분에서는 소리가 헤드폰 양쪽을 오가며 들리도록 조정했다. 다만 '깊은 밤 전화번호부'나 '그렇고 그런 사이' 같은 빠른 곡에서 전자드럼은 좀 둔탁하게 들렸다. 1시간 반가량 헤드폰을 쓰고 있자니 귀에 땀이 차고 피로해지는 부작용도 있었다.

전남 해남에서 왔다는 백나라(33)씨는 "원래 장기하 공연은 떼창하고 뛰면서 봐야 하는데 조용히 앉아서 들으니 합죽이가 된 것처럼 답답했다"면서 "평소 안 들리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점은 정말 좋았다"고 했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이 밴드는 이 공연을 11월 중순까지 9주간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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