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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307] '1세대 하이브리드 인간'

오피니언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8.09.12 03:11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21세기에 발굴된 최고의 수퍼스타는 과연 누구일까? 전 세계 빌보드를 휩쓸고 다니는 방탄소년단일까? 아니면 실리콘 밸리 갑부들일까?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 기억될 21세기 스타는 어쩌면 '데니'(Denny)가 아닐까 싶다. 약 9만년 전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에 살았던 이 열세 살짜리 여자 아이는 네안데르탈인 엄마와 데니소바인 아빠 사이에 태어난, 최초로 발견된 1세대 하이브리드 인간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이 세상 모든 민족과 인종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일한 종에 속한다. 하지만 불과 4만~5만년 전까지 지구에는 다양한 종의 인간이 존재했었다. 서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은 네안데르탈인들이 지배했고, 동유라시아 대륙에는 데니소바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호모 사피엔스들이 유라시아 대륙에 진입한 지 불과 2만~3 만년 만에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들은 사라져버린다. 그들은 왜 멸종한 것일까? 더 똑똑한 사피엔스에게 사냥감과 거주지를 빼앗긴 것일까? 아니면 잔인한 사피엔스들은 그들을 먹잇감으로 사냥했던 것일까? 우리는 모두 식인종들의 후손일까? 확실한 것은 사피엔스, 데니소바인, 네안데르탈인 모두 오랜 기간 서로 싸우고, 교류하고, 사랑을 나누었다는 점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대인은 각 1~4%의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DNA를 가지고 있고, 특히 네안데르탈 DNA는 우울증과 니코틴 중독의 원인이라는 가설이 있다.

우리는 대부분 단일 민족성과 고유의 혈통을 주장한다. 하지만 언제나 전쟁과 집단 이주로 가득한 인류 역사에서 단일 민족성이란 듣기 좋은 판타지에 불과하다. 모든 인간은 유전적·문화적·언어적 친척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데니를 비롯한 최근 연구 결과들은 오래전 사라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들의 흔적 역시 오늘날 우리 내면에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단일성과 혈통이 아닌 다양성과 복합성이야말로 우리 인류의 진정한 전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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