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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무원 증원, 복지 과속, 통계 조작' 망한 나라의 3종 세트

오피니언
입력 2018.09.12 03:20

12년 만에 다시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에선 지금 공무원들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국가 부도를 막으려 정부 부처를 절반으로 통폐합하기로 하자 반발하는 것이다. 노동부 직원 수백 명이 노동부 청사를 인간띠로 에워싸는가 하면, 국공립 병원 종사자 수천 명이 보건부 주변을 장악했다. 공무원들이 나라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공무원 문제는 아르헨티나 부도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좌파 포퓰리즘으로 12년을 집권했던 키르치네르 부부 대통령 시절 일자리 만든다며 공무원 수를 2배 가까이 늘려 근로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공무원이 됐다. 일은 하지 않고 월급만 타가는 유령 공무원들에게 준 국민 세금이 매년 200억달러라고 한다.

복지 지출도 급속하게 늘렸다. 18세 미만 청소년 360만명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전기·수도요금에 정부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20년만 일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 연금 수급자를 두 배로 늘렸다. 대중교통 등의 공공 서비스 요금을 낮추려 민간기업에 주는 보조금을 GDP 대비 1%에서 5%까지 늘렸다.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노트북 컴퓨터 500만대를 공짜로 줬다. 이 덕에 12년 동안 집권에 성공했으나 나라는 거의 망했다.

세금만으로 선심 쓰는 데 한계가 있자 돈을 찍어냈다. 그러자 물가상승률이 연간 30%를 넘었다. 이 숫자가 부담되자 정권은 물가상승률을 10%라고 조작하기 시작했다. 통계와 현실 차이를 숨기기가 힘들어지자 일부 통계는 발표를 중단시켜버렸다. 지금 아무도 이 나라 통계를 믿지 않는다.

아르헨티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 증원, 복지 과속, 통계 조작의 '3종 세트'는 대부분 포퓰리즘 국가들에 공통적이다. 9년 전 국가 부도 위기를 맞았던 그리스는 노동자 4명 중 1명이 공무원이었다. 고갈된 재정을 감추려 그리스 정부는 적자 규모를 축소 발표했다. 사실상 국가 파산 상태인 베네수엘라도 중앙은행이 경제지표를 마구 조작한다.

나라와 국민은 포퓰리즘을 쉽게 끊지 못한다. 마약 중독과 같다. 아르헨티나 새 정부가 재정과 복지를 줄이려 하자 공무원·노조 등이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어쩌면 다음 아르헨티나 선거에서 포퓰리즘 세력이 또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

많은 사람이 '공무원 증원, 복지 과속, 통계 조작' 3종 세트와 지금 우리 현실이 비슷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한번 늘어난 공무원과 복지는 절대 줄일 수 없다. 급격하게 늘어난 공무원들이 데모하고, 복지 축소에 국민이 반발하고, 정부 통계는 아무도 믿지 않는 것은 정말 우리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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