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 체중조절 실패… 울어버린 태권V

런던(영국)=손장훈 기자 | 2012/08/10 03:10


볼 살이 쏙 빠진 스무살 태권 청년은 4년 뒤를 기약했다.

이대훈(20·용인대·사진)이 9일 오전(한국 시각)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태권도 58㎏급 결승에서 스페인의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에게 8대17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 아시안게임과 2011 세계선수권, 2012 아시아선수권을 모두 석권한 이대훈은 런던올림픽에서 최연소 태권도 그랜드슬램을 노렸다. 올림픽에 없는 63㎏급 선수였던 이대훈은 58㎏로 체급을 낮췄다. 지난 2월 국내 선발전을 통과해 런던행(行) 티켓을 획득했다.

평소 65㎏ 정도의 몸무게를 유지했던 이대훈은 지난달 21일 런던에 온 뒤 감량에 들어갔다. 하지만 키 182㎝의 이대훈에게 7㎏ 감량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경기 이틀 전까지도 체중이 1.2㎏을 초과해 온종일 식사를 거른 채 훈련했다. 경기 전날 오전 11시에 진행된 계체를 가까스로 통과했다.

체중 조절에 실패한 여파는 컸다. 평소 날렵하던 움직임은 점점 둔해졌고, 발차기를 시도한 뒤엔 힘없이 쓰러지기도 했다. 긴 다리를 이용한 몸통·얼굴 공격으로 쉽게 포인트를 따내 대표팀 내에서 '전자 호구의 신'이라 불리는 이대훈은 모자란 체력을 기술로 대신하며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16강과 8강에서 잇따라 연장 승부를 펼친 이대훈의 체력은 바닥이었다. 이 체급에서 세계선수권을 2연패 한 세계랭킹 1위 보니야에게 연속으로 안면 발차기를 허용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이대훈은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이주열(42)씨의 영향으로 다섯 살 때 태권도를 시작했다. 한성중 1학년 때 소년체전에서 3학년 형들을 모조리 꺾고 우승하면서 주목받았다. 18세 땐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아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오른손잡이였던 이대훈은 '왼쪽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자 밥도 왼손으로 먹으면서 왼발을 이용한 공격과 왼쪽 방어를 익힌 '연습벌레'다.

이대훈은 결승전이 끝나고 "스페인 선수가 나보다 잘했다"고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지만 분(憤)이 풀리지 않는 얼굴이었다. 상대에게 맞은 코를 어루만지던 이대훈은 "나도 열심히 훈련한다고 했는데 은메달에 그친 걸 보면 흘린 땀이 부족했던 것 같다. 더 독하게 준비해서 4년 뒤엔 반드시 시상대 맨 위에 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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