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실패 모두 겪은 3인, 패자부활 돕는다
감혜림 기자 | 2012/06/18 03:08

15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커피점에 "사업 망해봐서 안다"는 세 남자가 모였다. 사업 실패 후 재기를 꿈꾸는 사람이나 청년 창업가, 탈북자 등에게 창업 컨설팅을 해주는 이강천(50)·홍순재(34)·오석희(41)씨다. 각자 실패를 딛고 재기해 본업에 종사하면서, 작년 이씨가 사재 2억원을 털어 만든 커피점에서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이들은 "돈 벌어 호사도 누렸지만 나락으로도 떨어져 봤다"며 "우리처럼 실패를 딛고 일어서려는 사람을 위한 멘토가 되겠다"고 했다.
이씨는 1990년대 중반까지 한 달 매출 2000만원이 넘는 휴대전화 판매점 사장이었다. IMF 외환위기 때 지인 부탁으로 보증을 섰다가 전 재산을 날렸다. 빚쟁이 피해 도망도 다녔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며 1999년 야간대학원에 등록해 유통 분야를 공부했다. 신문 배달로 월 70만원 버는 형편에 미쳤다는 사람도 있었다. "졸업 후 무료 창업 강연을 다녔는데, 사업한다면서 법이나 제도를 전혀 모르고 덤비는 사람이 많았어요. 한 번 망하면 재기 못하는 구조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이씨는 2004년부터 서울시창업센터에서 창업 코치로 나섰다. 창업을 꿈꾸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홍순재씨도 그 중 한 명이다. 부동산 전문가였던 홍씨는 건설 시공사를 운영했다. 한때 자산이 17억원이나 됐다. "책 출판 계약을 하고 외제차를 몰고 다니니 세상이 내 것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대출이자가 두 배로 뛰었다. 막 완공한 다세대주택은 분양이 안 됐다. 결혼 7개월 만에 빚만 5억원으로 불었다. "몇 번이나 한강으로 달려가 한참을 서성였다"고 했다. '죽을 용기로 살아보자'고 다짐했지만 이미 신용불량자였다. 친구나 가족에게 손 벌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러다 2009년 서울시창업센터로부터 매달 지원금과 저금리 대출을 받게 됐다. 홍씨의 아이디어가 좋았던 것이다. 그는 스마트폰에 장착하는 천체 관측 장비를 개발해 대박을 냈다. 빚도 거의 갚았다. '신용 불량자에게 기회 준 세상에 은혜 갚겠다'고 마음먹었다. 작년 다른 벤처사업가와 함께 창업 공모전을 열고 사업 희망자를 선발해 자금을 지원하고 멘토링도 해줬다.
홍씨는 서울시창업센터 1년 후배인 오석희씨의 멘토가 됐다. 오씨는 발아 현미 도넛을 파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했던, '잘나가는' 사업가였다. 전국에 50개 넘는 매장을 냈고, 990㎡(300평)짜리 공장도 세웠다. 장사가 잘됐지만 2006년 트랜스지방 파동 때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고 결국 부도가 났다. "내 잘못이 아닌데 실패하니 억울해 자살도 생각했어요. 이를 악물었죠. 서울시 창업지원센터와 멘토는 물론 종교계 등 사회 곳곳의 도움을 받아 재기했어요." 침향사업을 시작한 오씨는 이씨의 카페에서 창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도넛 굽는 기술을 가르친다.
오씨는 "망하는 이유가 꼭 개인의 실책만이 아니기 때문에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재기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홍씨는 "내가 망해보니 돈이 있어도 실패할 사람, 빚밖에 없어도 성공할 사람이 눈에 보인다"며 "죽기 살기로 달려들면 누구든 도울 것"이라 했다. 대학 졸업 후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건설업·보험영업 등 다섯 번 직업을 바꾼 이씨는 "아무리 실패해도 인생에서 헛된 시간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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